김 연 자
늙은 노먼의 낚싯줄에 드리워진 은빛 포물선이
허공에 그리고 가는 기억처럼 그렇게
가물하게 멀어져가는 소실점처럼 그렇게
네가 열두 살 적 옥상에서 며칠을 퉁탕거리며
띄울 수 없는 큰 배를 꿈으로만 짓던
그 무모하고 지루한 희망의 기억들처럼
모두 그렇게
흑백의 영상은 추억을 불러오기에 적절하다. 흑백영화는 어떤 지점의 잊혀졌던 추억과 기억들을 환원하고 복원하는데 적절한 지 모른다. 영화속의 시간들도 영화밖의 시간들도 속절없이 흘러가버렸다. 어릴 적 옥상에서 큰 배를 꿈으로만 짓던 그 무모하고 지루한 희망이 이제는 휘어진 기억의 저편에서 자꾸자꾸 더 멀어져가는 것처럼 지금 우리의 시간도 쏜 살 같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