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문제다. 사람과 사람간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장 먼저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게 두번 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이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두고 토론회를 개최하려 했다가 공무원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아예 무산되고 말았다. 역시 소통이 문제였다.
공무원 연금 개혁이 필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공무원 연금 기금 재원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연금 설계 당시 생각했던 은퇴 연령이나 생존 연령보다 훨씬 수명 연장된 것이 가장 큰 이유고, 그 다음은 공무원 연금 구조가 애초에 낸 것보다 더 많이 받도록 돼 있는 점, 그리고 정부의 연금 관리 부주의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미 2001년부터 국민혈세로 공무원 연금 기금의 부족분을 메꿔 주고 있는 상황이고, 내년 예산에도 3조원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2020년에 가면 이 예산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정부측 추산이다. 이래서야 나라 살림살이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그래서 나온 연금개혁안이 공무원들이 내는 돈은 43% 올리고, 받는 연금은 34% 깎을 뿐만 아니라 2016년 이후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혜택과 부담이 축소되도록 하는 안이다. 여기에 현재 연금 수령자 36만명의 수령액도 3% 줄도록 돼 있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거세자 새누리당도 공무원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분위기로 급선회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나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여론을 수렴, 연금제도 개혁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역시 여권의 연금개혁 추진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니 어떤 식이든 재검토되는 분위기다.
여기서 연금개혁안에 대한 찬반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수많은 사람들의 이익이 걸린 문제가 활발한 의견교환 및 소통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갈등만 빚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신의 대인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걸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걸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그 결과 대인공포증을 이겨냈을 뿐 아니라 소설가로서 훌륭한 작품을 많이 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 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소통이 가능하다는 좋은 사례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된 연후에는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세련되고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훈련방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할리우드에서 쓰는 `7words rule`이 있다. 영화 제작사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제작비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일곱 단어로 설명해 보라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결혼을 했는 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마누라`하는 식이다. 두번 째는 미국 대학원에서 쓰는 방법이다. 학위 논문을 쓰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딱 한 줄로 정리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세 개의 패러그래프로 써 보고, 그걸 다시 챕터별로 나눠서 논문을 만들어 나간다고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짧은 글이나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은 것은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 생각을 간명하게 정리하는 노력들이 사람과 사람간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고 믿는다. 한 가지 사례를 덧붙이자면 신문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보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쓴 뒤에 그걸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을 기사의 맨 처음에 쓴다. 그게 좋은`리드`(기사의 첫 머리)를 쓰는 법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한 마디로 하는 것,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