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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녹슬다

등록일 2014-09-25 02:01 게재일 2014-09-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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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 주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철로가 있다

화물기차만이 닿는 우암역

붐비던 부두의 기억은 이미 오래 전에

시커먼 바닷속에 묻어버리고

거대한 컨테이너만이

큰 입을 벌린 채

역을 버티고 서 있다

가끔씩

군용 트럭, 얼룩무늬 탱크가

화물기차에 실려 느리게 지나가고

기차의 무게에 눌린 선로는

저희들끼리 만나 얽히고 얽히어

굽은 길을 연다

반가이 찾아오는 사람 없어도

침목과 철로 사이에

버석이는 녹슨 햇살

우암역이라는 어느 고즈넉한 바닷가 역의 풍경에서 시인은 시간과 사물과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본다. 기차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실어나른다. 그것이 군용트럭이든 생필품의 어떤 종류이건 별로 관계치 않지만 화물과 기차, 무게와 선로는 서로 만나 최선을 다해 굽은 길을 연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무심한 어울림 위로 녹슨 햇살은 내리고 있다. 이 무심한 시간과 사물의 어울림이 새기는 시간의 결을 시인은 가만히 만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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