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명 선
골을 쪼개어 아무리 뜯어봐도
노골적으로 말해서
의식을 품은 골수의 뿌리다
골 반을 버리고 골 반이 썩어도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저항하는 번개처럼
피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화그르르 피 토하는 소리다
뼈골로 덮인 반골은 두 눈을 번뜩이며
불의에 꼼짝하지 않는다
오직 넉넉한 한 길이요 꿋꿋한 외길뿐
반골은 시절 따라 찾아오는
죽음이 무섭지 않고
휘잡는 총부리에 담담하다
시대의 칼날에 날려
골이 깨어지고 뭉개져도
총명하게 남아 있는 부활의 혼이다
강인한 선비정신과 투사의식이 시 전편에 깔려있다. 불의에 꼼짝하지 않고 꿋꿋한 외길을 걷는 반골 정신을 노래한 시다. 시인은 태평한 시대를 바라지 않을뿐더러, 더군다나 배 두드리며 따뜻한 방 책상머리에서 미사여구나 건져 올리거나 만화방창한 시절을 음풍농월해서는 안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시인의 길이라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