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규 옥
거울 속에서 그녀는
개나리꽃무늬투피스를 입고
꽃핀을 꽂고 영문도 모른 채
맞절을 한다
제사를 지낸다 거울앞에서 그녀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숙연하게 절을 올린다
맞절을 한다 거울 속에서 그녀는
해바라기꽃무늬 스리피스를 입고
화환을 쓰고 생글거리며
맞절을 한다
날마다 거울 앞에서 그녀는
절을 올린다
날마다 거울 속에서 그녀는
맞절을 한다
이 땅의 전통적인 가부장제 억압 속에서 여성 해방을 염원하는 시편이다. 처음 시집 왔을 때 거울에 비친 그녀는 개나리꽃 같이 화사했었다. 그러나 억압과 질고의 시간을 지내면서 그녀의 차림은 검은색 원피스로 숙연해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하고 있다. 거울 통해 새로운 자아의 해방을 추구하는 시인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