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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챌린지 단상(斷想)

등록일 2014-08-29 02:01 게재일 2014-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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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대유행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사회운동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여름에 시작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면서 널리 알려졌다. 운동 방식은 참가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도전을 받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24시간 내에 이 도전을 받아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10달러를 기부하든지 얼음물 대신 100달러를 미국 ALS 협회에 기부하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 뒤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기원은 지난 2013년 찬물에 입수하는 방식의 콜드 워터 챌린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운동은 미북부에서 유행이 됐으나, 심장마비 위험 등의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이후 물을 뒤집어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던 것이 2014년 6월30일에 미국의 한 골프 채널에서 찬물 대신 얼음물로 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크리스 케네디라는 골프 선수가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둔 자신의 조카 쟌넷 세네르키아에게 도전을 청해왔고, 세네르키아는 딸이 촬영해준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동영상을 소셜 네트워크에 올렸다. 이 동영상을 본 루게릭 병 환자 팻 퀸은 본인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동영상을 본 피트 프레이츠라는 전 보스턴 칼리지의 야구 선수가 트위터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리오넬 메시,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팀 쿡 등 전세계적 인사들이 얼음물도 맞고 기부도 하면서, 미국의 애덤 리바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이 참여했고, 한국에서는 유재석, 원빈, 아이유, 정은지 , 박명수 등 유명한 연예인들이 이 운동에 참여했다. 미국의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도 아이스 버킷 챌린지 대상자로 지목되었지만, 얼음물을 맞는 대신 100달러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응답했고,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도 이 운동에 지목됐다. 미국 전 대통령 조지 부시도 참여후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을 지목한 상태다.

포항에서는 장순흥 한동대 총장의 지명으로 27일 이강덕 포항시장이 시청 연오랑세오녀 동상 앞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 시장은 다음 순서로 이칠구 포항시의장, 최병곤 포항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진 영덕군수를 지명했다. 이 운동이 이토록 빨리 확산되고, 사회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된 데는 다단계조직처럼 3의 승수배로 늘어나는 참여자의 확산속도에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맹위를 떨치는 현상을 보며 고객만족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종선씨가 쓴 베스트셀러인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책을 떠올렸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세상속에서 자신을 좌절시키고, 아프게 했던 사람들과 힘을 주고 제대로 사는 길을 안내해 주었던 사람들, 그리고 꼭 닮고 싶은 사람들 모두, 이제보니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느 피로회복제 TV광고를 소개한다. 그 광고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청소부 아저씨의 버거운 손수레를 몰래 밀어주기도 하고, 졸고 있는 빌딩 경비아저씨에게 음료수를 건네기도 한다. 월급봉투는 얇아도 노점상 할머니의 야채를 전부 사고는 신나는 표정으로 집으로 향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열명이 임신부 한명을 위해 한참을 기다린다.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피로감을 회복시켜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봐도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구조가 잘 짜여진 이벤트로서 흥미롭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이 누군가로부터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갈 사람`으로 선택되고, 이어서 삶의 구비구비에서 만났던 사람 가운데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을 지명할 수 있다니 말이다. 절로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기에 이렇게 멀리까지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간다면 얼음물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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