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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등록일 2014-08-28 02:01 게재일 2014-08-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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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인 수

폐가는 이제 낡은 외투처럼

사내를 품는지

밤새도록 쌈 싸먹은 뒤꼍

토란잎의 빗소리,

삽짝 정낭 지붕 위

조롱박이 시퍼렇게 똥자루처럼

힘껏 빠져나오는 아침

젖은 길이 비리다

죽음에 가까이 가 있는 사내를 따스하고 고요하게 품어주는 폐가와 빗소리, 조롱박, 등이 어떤 역동성마저도 느끼게 해주는 풍경 하나를 본다. 죽음 혹은 소멸의 분위기 속에 경쾌하게 떨어지는 토란잎의 비, 아침 같은 밝은 이미지가 어울려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죽음은 다시 신생과 이어져 있고 소멸은 다시 생성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라는 시인정신이 잔잔히 깔려있는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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