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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연못

등록일 2014-08-21 02:01 게재일 2014-08-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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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호 승
밤의 연못에 비친 아파트 창 너머로

한 소년이 방바닥에 앉아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있다

나는 그 소년하고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나도 라면을 들고 천천히 밤의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개구리 두꺼비 소금쟁이 부레옥잠들이 내 뒤를 따른다

꽃잎을 꼭 다물고 잠자던 수련도 뒤따라와

꽃을 피운다

아파트에서 한 소년이 방바닥에 앉아 혼자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이 그 아래 연못의 수면에 비치고 시인은 물에 비친 그 소년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과 눈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러한 변두리 삶에 대한 따스한 시인의 인식과 시각에 개구리도 두꺼비도 소금쟁이도 부레옥잠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잠자던 수련도 가만히 일어나 꽃을 피우며 동참하는 이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걸어들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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