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한 소년이 방바닥에 앉아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있다
나는 그 소년하고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나도 라면을 들고 천천히 밤의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개구리 두꺼비 소금쟁이 부레옥잠들이 내 뒤를 따른다
꽃잎을 꼭 다물고 잠자던 수련도 뒤따라와
꽃을 피운다
아파트에서 한 소년이 방바닥에 앉아 혼자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이 그 아래 연못의 수면에 비치고 시인은 물에 비친 그 소년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과 눈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러한 변두리 삶에 대한 따스한 시인의 인식과 시각에 개구리도 두꺼비도 소금쟁이도 부레옥잠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잠자던 수련도 가만히 일어나 꽃을 피우며 동참하는 이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걸어들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