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남을 자기보다 앞세우는 이들 곁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그런 현상은 인간 속성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대접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대접받기를 더 좋아한다. 누군가를 인정하기도 좋아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상대를 알아봐주려 하는데 상대가 먼저 나를 알아봐주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약점이 있다. 바로 상처 받기 쉽다는 것. 베푼 만큼 상처 받기 쉬운 그들의 약점은 못된 타자들이 새긴 불 자국이다. 자신을 돌볼 틈조차 타자에게 기꺼이 할애한 그 맘을 염치 있는 상대라면 알아봐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모색한다. 하지만 사람은 천차만별이다. 마음 결 고운 그런 사람들에 대한 겸허한 수용 없이 그들을 이용하고 제 악행의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소위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이 뒤통수에 당해본 `남을 우선하는 사람들` 몇몇은 화병이 생기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앓게 된다. 주고도 잃게 된, 자기모멸을 경험한 이런 사람들이 전문 상담가를 찾는다. 그 데이터를 분석한 조셉 월피 같은 이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된다. 남을 생각하는 것도 나를 아프게 하는 선이라면 곤란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처음에 두고 남을 고려하라고.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그런데 나를 우선하고 잉여의 에너지로 타자를 고려하라는 전문가의 충고가 `이상적인 접근법`이긴 하지만 배려가 습관화된 사람들에게는 그것조차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전문가의 그런 충고를 거부하는 착한 심성이 그들에게는 본능적으로 꿈틀댄다는 것. 그들을 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배려 때문에 얻은 상처마저도 그들은 배려한다는 것. 그리하여 누가 뭐래도 자신보다 타자를 우선한다는 사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