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심판` 조지 태버 지음, 유영훈 완역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560쪽
와인 상표를 가린 채 맛을 음미하는 `블라인딩 테스트` 결과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모든 프랑스 와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1976년 6월 7일 자 `타임`에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정오가 되기도 전에 뉴욕의 와인상점들에선 모든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동이 나버렸고, 1위 와인인 1973년산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를 찾는 문의 전화로 상점들의 영업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른바 `파리의 심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와인의 역사를 새로 쓴 계기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현장을 단독 취재했던 조지 태버는 이후 5년간 전 세계 와인 산지를 누빈 뒤 이 사건이 와인 역사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역사서를 펴냈다. 그리고 국내엔 10년 전 소개됐던 이 책이 와인 전문가 유영훈의 새로운 완역(알에이치코리아)으로 재출간됐다.
소외받아온 소수자의 반란(?)이라는 매력적 소재를 중심으로, 방대한 현장 답사와 철저한 문헌 고증이 곁들여져 2005년 처음 출간된 이 논픽션은 곧바로 와인 애호가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책에는 미국 및 프랑스 와인의 역사, 전 세계 와이너리(와인 주조장)의 분포, 포도 품종, 양조 기술, 와인 장인들의 다채로운 인생 역정까지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겼다.
1부는 파리의 시음회가 기획되고 열리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행사를 기획한 파리 한 와인 가게 주인인 스티븐 스퍼리어는 그저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썩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와인을 소개해보자는 생각에 시음회를 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저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2부는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크로아티아의 가난한 마을에서 천신만고 끝에 태평양을 건너온 와인 양조자 마이크 그르기치를 비롯해 와인의 새 역사에 발을 내디딘 이들의 모험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3부는 시음회 현장에서 취재한 얘기들. 4부는 파리 시음회가 이후 세계 와인 산업에 미친 영향,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와인 업계의 현주소를 다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