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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7-16 02:01 게재일 2014-07-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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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 명
그이 꿈과 꿈 사이에 나는 나의 꿈을 놓았다. 나의 꿈과 꿈 사이에 그는 그의 꿈을 놓았다.

꿈과 꿈 사이를 꿈으로 채웠다. 푸른 새벽이면 그 나란히 놓여진 꿈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갔다. 꿈으로 꿈을 붙잡았다. 꿈으로 꿈을 밀어냈다. 밀다가 밀리다가 그의 꿈과 나의 꿈이 겹쳐지면서 꿈은 지워졌다. 나는 비로소 잠에 빠져들었다. 어두운 잠 속에서 꿈은 파도가 밀려간 뒤의 조개껍질처럼 드문드문 흉터가 되어 박혀 있었다.

한 사람의 꿈과 다른 사람의 꿈 사이에 남은 공간이 없을 만큼 많은 꿈이 놓여있다. 꿈이 꿈을 붙잡고 꿈과 꿈이 겹쳐지지만 결코 합쳐지지는 않는다. 낱낱의 꿈들이 물결을 이루는 순간에 꿈을 만드는 자의 흥분이 있다. 그 절정에서 꿈이 겹쳐지면서 지워지는 순간 쓰라림이랄까 아픔이 남는다. 시인은 그것을 “흉터가 돼 박혀 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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