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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가 바라는

등록일 2014-07-04 02:01 게재일 2014-07-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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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섭
때로 우리가 바람이 된다면

땀 흘리며 언덕을 오르는

굽어진 등이라도 밀어 올리련만

우리 새가 된다면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가

그날의 그리움을 노래할 텐데

때로 우리가 별이 된다면

저 사막 어둠 속을 헤매는

어린 양 떼를 비춰 줄 텐데

우리가 꽃이 된다면

이 세상 어디서나 흐드러지게 피어

삶에 지쳐 메말라진 이들에게

위안의 향기가 될 텐데

때로 우리가 눈물이라도 된다면

슬픔에 젖어 어쩔 줄 모르는 이들에게

한 방울 순수로 그 마음 달래줄 텐데

하지만 나는 네가 아닌 나

모자라는 행복을 찾는 소박한 나날이 있어

시적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 가려는 부단한 노력과 애씀이 가슴에 와닿는 감동의 시편이다. 바람, 별, 꽃, 새, 눈물이 되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뛰어넘으려는 열망이 오히려 절제된 시적 감정으로 단아한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네 한 생을 관조하는 깊은 시인의 눈을 느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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