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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

등록일 2014-07-04 02:01 게재일 2014-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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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3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이 언론에 보낸 특별기고문에서 한중관계 발전에 가장 중요한 네가지를 들면서 상호신뢰를 증진시키는 것을 첫째로 꼽았다. 그는 믿음은 동방의 가치관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고, `믿음이 없으면 설수 없다(무신불립: 無信不立)`는 것은 한·중 양국국민이 함께 간직해 온 공동이념이라고 강조했다. 무신불립의 출전은 바로 `논어` 안연편이다. 공자는 정치가 잘되기 위한 조건으로 풍족한 식량(足食), 충분한 병력(足兵), 백성의 믿음(民信) 등 세 가지를 꼽고, 가장 중요한 것을 `백성의 믿음`이라고 했다. 백성의 믿음이 없다면 나라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믿음을 잃게 한 데 있다.

국회에서 2일 열린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정조사에 나선 의원들이 해경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을 둘러싸고 `왜곡 발언`논란이 일었다. 이번 충돌은 녹취록을 인용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광진 의원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김 의원은 “사고 당일 오전 9시50분 청와대에서 (사고현장) 화면을 보여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해경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느라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가 “다른 일은 그만두고 영상 중계 화면 배만 띄워라. 카톡으로라도 보내라. 내가 요청하는 게 아니다. VIP(박 대통령)가 좋아하고, 제일 좋아하니까 그것부터 하라”라는 발언을 했고, 녹취록에도 이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녹취록 어디에 `VIP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나. 우리도 같은 녹취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가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특위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 오후 2시30분에 재개될 예정이던 기관보고가 파행했다. 이렇게 되자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이 브리핑에서 “김 의원의 말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 저도 사과하겠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사과한 뒤 “새누리당은 회의장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결국 특위는 약 5시간 가량 중단된 끝에 오후 7시30분부터 가까스로 재개됐다. 불신이 정치판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믿음은 개인의 삶에서도 꼭 필요하다. 삶은 어떤 식이든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이랑 결혼할까요? 하지말까요? 유학을 갈까요? 회사를 더 다닐까요? 마치 둘 중의 하나가 정답인 것처럼 묻는다. 사실 정답은 없다. 그 남자랑 결혼하는 게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오답이 될 수도 있다. 유학을 가는 게 나을 수 있고, 회사를 더 다니는게 정답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한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 삶에서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까지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삶은 순간의 합이지, 결코 경주가 아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옳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현재를 믿어야 한다. 현재 순간순간을 믿고, 의미를 부여할 때 내 삶은 더욱 의미있는 삶이 된다. 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불어넣으면 모든 순간이 내게 다가와 내 인생의 꽃이 되어 줄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내기를 한다. 악마의 힘을 빌리는 대가로 만약 자신의 삶에 만족해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면 영혼을 가져가도 좋다고 한다. 매 순간을 아름답게 느낀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이 말처럼 살아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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