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모리대학 드루 웨스턴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6년 1월 한 연례학술대회에서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인간의 뇌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 영역이 작동한다”는 요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감정적 판단이 이성적 판단보다 발달한 것은 `감정적 판단의 속도가 좀 더 빨라서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학계 일각의 해석도 관심을 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감정독재`라는 저서에서 이 같은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는 감정 식민지화를 인정하고 향유하면서도 이성의 끈은 놓지 않은 채, 나를 둘러싼 바깥 세계를 향해선 이성에 대한 호소를 멈추지 않는다. 특히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 더욱 그렇다”고 주장한다.
전당대회를 저만큼 앞둔 새누리당의 조마조마한 레이스를 바라보노라면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진보는 자충수로 망한다`는 새로운 정치 금언을 내놓은 보수논객 조갑제의 관점이 새삼 떠오른다. 김무성-서청원 맞대결 양상이 뚜렷해진 전대 쟁패의 구도 속에서 양 진영 사이의 분열상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충돌이 격렬해지면서 전당대회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조차 나온다. 국회의원들 사이에 “상대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을 만나면 아예 악수도 안 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제아무리 권력선점이 지상목표인 전당대회라 하더라도 집권당 새누리당이 과연 지금 이래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전대미문의 험악한 불운의 덫에 걸려 국무총리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 더구나, 새누리당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는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형편이다.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의 `전국 20대 대학생 정치인식 조사, 6·4 지방선거 투표 분석`자료는 조사대상 중 `새누리당을 가장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람은 종북 논란을 빚은 통합진보당 21.4%보다 높은 40.4%에 달한다는 비보를 전하고 있다. 연구원 산하 청년정책연구센터가 전국 대학생 1천695명을 1대1로 면접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4%)한 이 조사결과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고작 1.4%에 머물고 있다.
상대 후보의 전과(前過)를 함부로 헤집거나, `당대표가 되면 상대방을 다 끌어내겠다`고 했다는 살벌한 폭로비방전 양상을 지켜보고 있자면, 이게 도대체 무슨 험한 끝을 보자는 경쟁인지 알 수가 없다. 전당대회 때마다 금도를 넘어선 죽고살기식 드잡이로 번번이 쪽박을 깨며 철천지 원수를 양산해온 고질병이 또다시 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콤한 선동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대방의 오물통을 발로 걷어차고 엎어 갈등구조를 키우는 행위는 새누리당의 앞길을 한껏 어둡게 하는 구태다.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서 선동정치의 폐해를 `조타술`에 비유하여 설파하고 있다. 선동정치가 횡행하는 것은 정작 조타기술을 제대로 배운 뛰어난 기술자는 소외되고, 감언이설로 선주(船主)의 눈과 귀를 홀린 선원이 선장이 되어 항해를 지휘하는 위험천만한 사태와 같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당정치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어리석은 선동정치부터 근절되어야 한다.
지금 정부여당이 민심을 새롭게 얻는 길은 진정한 `혁신`뿐이다. 그동안 공약해왔던 수많은 `개혁`약속들이 얼마나 실천돼왔는지부터 꼼꼼히 되짚어 반성해야 한다. 그 일만 가지고도 시간이 태부족한 상황인데도, 권력다툼에 눈이 멀어 대중들을 `감정식민`으로 치부하고, 네거티브 선동에 몰두한다면 결코 미래가 없다. 새누리당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를 말뿐이 아닌 완벽한 `혁신`경쟁으로 끌고 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떠나는 민심을 돌려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