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옥 관
물수제비 뜨듯 뛰어가는 파문, 검은 개흙의 오후를 흔들어 놓는다
일렁이는 호수를 머리에 이고 앉아
단풍잎 발바닥에 묻은 웃음의 탄력을 만진다
늙은 아내 혼자 전을 부치고
피아노처럼 시커멓게 웅크려 앉아 나는 발톱을 깎는다
몰려다닐 웃음은 여기에 없고
월부로 들여놓았던 영창피아노는 뚜껑 열리지 않은지
이미 오래다
레이스 덮개 위 얹힌 보조개가 희미하다
다시 한바탕 소나기, 천장에 웃음이 파인다
소소한 삶의 편린들에서 생의 정겨움과 따스한 서정을 건져내고 있는, 은근한 맛이 풍겨나는 작품이다. 타인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참다운 사람의 정을 발견하고 미소를 머금거나 웃음을 자아내는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정겨움의 문양은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의 사이로 퍼져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