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멈추는 시간` 이나미 지음 민음인 펴냄, 284쪽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사진> 박사의 성서 치유 에세이 `슬픔이 멈추는 시간`(민음인)이 출간됐다.
일상의 크고 작은 고통, 분노나 미움으로 인한 마음의 병, 실패로 인한 무력감에서 가족을 잃고 느끼는 깊은 슬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넘어지고 절망하거나 무력감을 겪는다.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이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때 저자는 성경의 한마디에서 위로를 얻기를 권한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은 온갖 비유를 담고 있는 인류의 고전이기에 심리적 통찰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고민이 있을 때 신앙이 있는 이들은 성경이나 불경 등 믿는 종교의 경전을 펼치기도 하지만, 막상 어디를 읽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때 어떤 상황에서 어디를 봐야 할지 알려 주는 가이드북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는 책이다. 화가 날 때, 죽고 싶을 때, 부모님 때문에 속상할 때, 배신당했을 때 성서의 어느 부분을 읽으면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받을 수 있는지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저자는 신앙이, 성서가 누군가의 소망을 이루어 주리라거나 모든 슬픔과 고통을 없애 줄 것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픔을 달래며 책장을 넘기는 시간 동안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고통이 스스로를 더 깊고 성숙하게 만들 수 있도록 용기를 내라고 조언한다.
한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위로의 말이나 항우울제 같은 약보다 때로는 신앙과 성경에 등장하는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저자는 자식 잃은 슬픔을 신앙으로 극복하고 임종까지도 평화로웠던 외할머니의 삶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믿음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평화와 종교의 힘을 직접 느껴 왔다. 그의 커리어가 서울대학교 정신의학과 박사 과정 이후 뉴욕의 유니온 신학교에서 종교심리학을 공부하고 뉴욕 신학교 강의로
이어진 것, 두 개의 석·박사 논문이 종교와 관련이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책은 총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된다. `깊은 슬픔으로 마음이 무너질 때` `가족 때문에 상처가 깊다면` `분노와 미움으로 마음이 병들어 갈 때` `회의와 허무의 순간에는` `옳고 그름 혹은 종교에 대하여`, 이 다섯 가지 분류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슬픔과 고민이 여과 없이 담겨 있으며, 이에 대한 성서적 접근과 정신과의사로서 주는 조언이 함께 엮인다. 지독한 슬픔을 경험할 때, 화가 치밀 때, 죽고 싶을 때, 가족 때문에 상처받을 때, 잊기 힘든 배신을 당했을 때 등 누군가 현실에서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저자가 그에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