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고아` 윤보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77쪽
지난 2012년 출간된 소설집 `뱀`으로 사회라는 거대한 틀에 수렴되지 않는 개인의 고유한 욕망과 충동을 집요하게 추적했던 작가는 이번에는 좀더 긴 호흡으로 삶의 근원에 뿌리박힌 어둠을 길어 올려 보인다. 서늘할 만큼 정적이고 그늘진 소설 속 공간들은 어디라고도 할 수 없는 동시에 모든 곳과 닿아 있다. 믿기지 않을 만큼 우울하고 부정적인 등장인물들 또한 누구도 아닌 동시에 모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깊은 어둠, 생을 관통하는 비루함과 우울, 이 모든 것들을 날것으로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남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담담하고 당당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이야기는 “가난한 신혼부부, 외국인 노동자, 사고로 부인을 잃은 남자, 아이를 버리고 가출한 젊은 여자”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모여 사는 연립에서 시작된다. 이곳에 살고 있는 세 사람, 여, 기, 로의 시선이 교차되며 소설이 진행된다.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실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고아`라는 점이다.
`밤의 고아`는 어둠이 과잉된 세계의 이야기다. 그곳에서는 좌절과 냉소가 횡행하며 불신과 배반이 당연시된다. 우리의 일상에도 항상 존재하지만 누구도 불러 보려 하지 않는 것들을 계속 노출시킨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