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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를 듣다

등록일 2014-06-18 02:01 게재일 2014-06-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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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숙 희

때론 보이지 않을 때 열려 오는 귀가 있다

달 없는 밤 냇가에 앉아 듣는 물소리는

세상의 옹이며 모서리를 둥근 율(律)로 풀어낸다

물과 돌이 빚어내는 저 무구함의 세계는

제 길 막는 돌에게 제 살 깎는 물에게

서로가 길 열어주려 몸 낮추는 소리다

누군가를 향해 세운 익명의 날(刀)이 있다면

냇가에 앉아 물소리에 귀를 맡길 일이다

무채색 순한 경전이 가슴에 돌아들 것이니

우리는 감각 중에서 흔히 시각에 의존하고 본 것에 대한 확신의 생각을 고정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러한 우리의 습관에 일침을 가하고 있댜. 무한히 열리는 감각의 세계가 우리에게는 있다. 귀가 열리고 더더욱 마음의 귀가 열리면 인간의, 아니, 무한한 우주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화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귀를 마음의 귀를 활짝 열어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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