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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보는 법

등록일 2014-06-13 02:01 게재일 2014-06-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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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6·4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우선 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후보들에게 지면으로나마 진심으로 축하인사를 전한다. 선거가 끝났지만 아직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는 곳이 적지 않다. 선거 후유증이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는 데는 승자독식이란 선거의 속성때문이다. 선거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 `포지티브`전략과 상대 후보의 약점을 널리 알려 지지표를 이탈시키는 `네거티브`전략이다. 포지티브 전략은 정공법이지만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상대의 흠이나 약점을 퍼뜨려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방법인 데, 본시 사람이란 게 남 칭찬하는 것보다 욕하는 데 훨씬 더 열을 내는 족속이 아니던가. 그래선지 네거티브가 포지티브에 비해 반응이 훨씬 빨리 나타난다. 그런 이유로 선거에서 열세인 후보들은 네거티브 전략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가 심했던 곳은 경북 지역 자치단체장 선거에서였다. 특히 경주시와 영덕군이 심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막판까지 네거티브로 시끄러웠다. 실제로 후보들 간에 날 선 공방이 오고 가면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 판가름 하기 힘들다. 짧은 선거기간 동안 일어나는 후보들간 공방 가운데 어느 것이 진실이고, 팩트인지 일일이 가리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이 확실히 틀렸다고 지적할 만한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은 어쩐 일일까.

답을 두 가지로 들어본다. 우선 중국 고전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이란 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노자`에 나오는 말로서 풀이하면 사람의 악운(惡運)이 강할 때는 한때 하늘을 배반해도 벌을 받지 않는 수가 있으나, 결국은 하늘의 벌을 받게 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광대하여 그물의 눈이 성글지만 선악의 응보는 반드시 내리고, 절대로 실패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두번 째로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유명한 모자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모자 그림은 소설 속 주인공이 코끼리를 삼킨 뱀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그림을 모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설에 등장하는 여우는 “가장 소중한 것은 눈으로는 볼 수 없고,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판 한 가운데서 마냥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서야 올바른 후보를 뽑을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일부분으로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편견을 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마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소중한 것을 마음으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무학대사와 이성계의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국가의 기본적인 시스템도 다 정비하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돼 적적하기 짝이 없어 무학대사를 불러 대좌했다. 이성계가 불쑥 무학대사에게 말했다. “대사의 얼굴은 돼지 같구려.” 그러자 무학대사가 대답했다. “상감마마의 용안은 부처님 같으십니다.” 이성계는 속으로 `무학은 승려라서 나하고는 말이 안 통해. 내가 자기를 돼지 같다고 하면 자기는 나를 호랑이 같다거나 말이나 소 같다고 해야 서로 이야기가 오고 가겠거늘…. 쯧쯧쯧…`이 같은 이성계의 생각을 알아차린 무학대사가 말했다. “상감마마, 돼지 눈에는 세상이 전부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세상이 전부 부처로 보이는 것입니다.”아뿔사! 이성계는 정신이 번쩍 났다. `그럼 내가 돼지고, 무학 저는 부처라는 말이 아닌가!`

마음 하나를 잘 다스려야 사람의 본질을 볼 수 있다는 교훈이 마음에 와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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