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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

등록일 2014-06-11 02:01 게재일 2014-06-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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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인
발갛게 익은 앵두는 앵두로서 한철 겪고 간다

그 빛 밝은 그리움 속을 걸어왔으니

유월이 다시 펼쳐놓는 이 길목

앵두여, 어제의 풋풋함을 말 태운

옛 생각은 분홍빛 속에서 더디고 더딘 것

믿을 것이 못 되는 기억 두어 그루

울타리 이쪽에 붙박여 예전의 향기 뿜고 있다

앵두는 앵두로서 뜨겁게 한철을 겪고간다. 유월이 되자 옛생각만으로 분홍빛 열매를 소보록하게 맺는다. 두어 그루 앵두는 두어 그루의 기억이고 추억이다. 기억의 형식으로 과거를 보존하고 무로 수렴되면서 미래를 연장하고 몸과 분리되면서 현재를 둘로 나눈다. 그것은 순간 속에서 무한한 존재를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붉은 앵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런 길이, 아니 우리네 살아온 길이 기억과 추억을 물고 뻗어온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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