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철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햇살 비치고 비 오고 바람부는 평범한 자연현상도 자연물끼리 관계를 맺는 다감한 양상에 초점을 맞춰 새롭고 깊게 관찰하는 시인의 눈이 참 세밀하고 밝다. 여기에는 우주의 비밀, 자연의 신묘한 섭리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다. 강아지 머리에 떨어지는 햇살은 강아지를 편안히 잠들게도 하지만 강아지를 일으켜 새로운 역동과 성장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작용도 하게 하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