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재 학
삵이 죽고 금방 뭉개지면서 희미해졌다
길 위의 죽음, 로드킬이다
주검 일부는
어떤 비명도 듣지 못했던 자동차 바퀴에 묻혀
봄의 자오선을 통과하는 살쾡이좌 아래까지 갔다
유조선 트럭 하나가
제 죽음을 들여다볼 틈도 주지 않고
식육목의 대가리만 재빨리 낚아채어갔다
단풍나무 그림자도 함께 찢어졌다가
겨우 머리 일부만 찾았다
팔십 센티미터 삵의 길이 만큼
숲의 어둠도 줄었다
로드킬의 길은
환기되지 못하는 길에 갇혀 있다
이 시에서는 짐승들이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소위 로드킬의 비극이나 생태주의에 대한 언급에만 머물 수 없는 깊은 시인의 장치를 발견할 수 있다. 삵이 죽은 후에 주검의 일부가 `살쾡이좌 아래`까지 간다. 저 별자리는 삵이 죽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별자리다. 기념할 만한 죽음은 별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무의미해 보였을 한 짐승이 죽음을 별자리가 보상해 줬다는 것이다. 시인의 따스한 시정신이 잔잔히 물결쳐 오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