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평생 동안 다시 산을 오른다
발도 없이 손도 없이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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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에는 산정에 고요히 눈이 내린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작은 새 한 마리
눈 속에 파묻힌다
삶의 바닥에서 수미산의 꼭대기에 오르는 길은 번잡하고 괴로움이 산적한 번뇌의 인간세상에서 새들이 사는 깨끗하고 순수한 자연에 이르는 길이다. 시인은 인간을 버리고 새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내생(生)이 될 작은 새는 너무도 또렷하게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바닥과 산정, 인간과 새는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이 깊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