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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발자국

등록일 2014-05-27 02:01 게재일 2014-05-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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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도 현
시골 서점 책꽂이에 아주 오랜 시간 꽂혀 있는 시집이 있다

출간된 지 몇해째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시집이다

시인이 죽은 뒤에도 꼿꼿이 그 자리에 꽂혀 살아 있다

나는 그 시인의 고독한 애독자를 안다

본문은 펼쳐 읽지 못하고 제목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날마다 시집 귀퉁이만 밟아보다가 돌아서던 그를 안다

햇볕의 발자국을 가진 사람을 안다

날마다 산에 가듯 시골의 한적한 서점에 들러 그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꺼내본다. 그러나 애써 펼쳐보지 않는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 시인의 정신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죽은 뒤에도 책꽂이에 꽂혀 꼿꼿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애독자는 굳이 펼쳐서 읽지 않아도 가만히 바라보기만해도 그의 정신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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