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호 섭
수평선을 열치면
달의 누드
밤, 무시로 떨어지는 별똥별의 길놀이
향수는 불치병
새벽
문 앞 까마득히 몰려든
파도의 핏발 선 눈
시방 세계는
일제히 한 칸, 앞으로 약진!
선상 체험을 해본 시인은 바다를 물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수평선이나 그 위로 떠오르는 달, 쏟아지는 별똥별은 다분히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시인의 바다에 대한 인식은 농부의 일상처럼 고단한 노동이 전제되어 있어 힘들고 무거운 중압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다. 새벽 찬란한 일출의 장엄함을 즐길 틈도 없이 항해와 투망의 힘든 일들이 앞에 바짝 다가서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