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천
나는 언제 옷 벗어부치고 시 써본 일 없었으니
나탈리 망세, 스무 살의 그 여자가, 벗은 몸으로, 눈부신 대낮 같은 겁 없는
육체의 순간으로, 흠씬 껴안아선, 힘주어선,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할 때,
그녀에게 첼로가 단지 첼로뿐이었으랴, 사랑한다고 감히 주절거려본 적 있었는가
그 앞에서 제대로 너를 벗어준 적 있었는가.
미안하다
시야
벗은 몸으로 첼로를 안고 연주하는 스위스 출신의 누드 첼리스트 나탈리 망세의 온몸을 던진 연주를 보고 치열하게 시를 쓰지 않은 자괴감, 느슨한 시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절절하다. 사랑의 힘은 위대해서 첼로가 단지 첼로가 아닌 순간, 시가 단지 시가 아닌 순간을 열어준다. 나탈리 망세가 그랬듯이 시인도 치열한 정신으로 화려한 수사에 의존하지 않는 맨몸의 연주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시를 쓰겠다는 결의에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