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왕 노
사나흘 네 빈 아궁이로 거친 어둠이 몰아치고
네 대문가에 수취인 부재로 나뒹구는 우편물
가도 가도 여전히 너라는 먼 집
가서는 내 목숨 훌훌 벗어
벽에 걸어두고 싶은 너라는 먼 집
그 곳에서 불륜에 빠진 달빛과 강물
뒤란으로 드나드는 푸른 바람과 몸 섞으러 갔나
가도 가도 언제나 텅 빈 너라는 멀고 먼 집
사랑은 그 대상에게 다가가 그에게 스며들어, 흔적없이 스며들어 내가 없어져 버리는 것인지 모른다. 가서는 내 목숨 훌훌 벗어 너에게 함몰되어버리는 것이라고 시인은 강변하지만 여전히 사랑은 그리 수월히 다가갈 수 없고 다가가더라도 온전히 스며들 수 없는 것이리라. 그래서 사랑에 목숨 거는 인생들이 동서고금 허다한 것이리라. 비록 자기 파멸과 죽음이 전제되어 있더라도 자신을 던져넣는 것. 그게 사랑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