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 영
이 세상 홀연히 접고 싶은 날엔
해남 땅끝 물 건너 외로운 한 점 섬
보길도에 가 보아라
중리, 통리 바닷가 수많은 몽돌들
모두가 하나같이 모를 버려, 각을 버려
물 나들며 둥글둥글
한가지로 감싸 안고 사느니
삶이 또 덧없고, 허망하여 문득
이 지상 홀연히 뜨고 싶은 날엔
남해 푸른 파도 너머 햇빛 반짝이는 한 점 섬
보길도에 가 보아라
섬은 육지에서 모두 떨어져 제 몸의 기억 안쪽에 새겨진 장소로 남아있다. 섬은 바닷물결의 순수한 세례를 받으며 고고하게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있는 존재이다. 섬은 순수하게 자신을 보존하는 마지막 정신적 보루가 되기에 시인은 삶에 지치고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 해남 땅끝에서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섬 보길도로 가보라고 권하고 있다. 거기서 마음을 다독이고 수양하며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