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권
얼굴에서 출토된
잔잔한 물,
눈 감은 채
세상 온갖 주름살을
한없이
한없이 펴놓은 얼굴
주름살 하나 없는
잔잔한 물이여
경주 남산 바윗틈에서 1천300년간 무량한 잠에 빠져있던 불상을 노래하는 시이다. 이미 그것은 불상이면서 불상이 아닌 것이다. 불상의 외피마저 벗어버려 그저 잔잔한 물이라고 표현하는 시인의 눈이 깊고 그윽하다. 그 잔잔한 물은 그동안 세상의 온갖 주름살을 펴고 또 펴왔기에 그것은 반야의 빛으로 온 세상에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이 시인의 인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