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언 주
슬쩍 밀어 버린 당신, 손톱 하얗게 세우고 눈 흘기는,
초승달, 하늘 손잡이를 힘껏 당긴다. 찢긴 하늘에서 후둑후둑
별들이 쏟아진다. 첫울음도 울지 못한 별이랑, 영문도 모른 채
끌려 나오는 별이랑, 창가로 달려와 이마를 찧고 가는 별이랑,
이제 막 하늘에 뿌리내리며 별이 되고 있을 당신의 아버지까지
------ 별의별 별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뛰어내린다.
바다 푸른 살이 움푹움푹 파인다. 바다가 더 부지런히 제 몸을
뒤집는다
불가사리 한 마리, 바닷가에 식다 만 별 하나가 버려져 있다
거의 신의 경지에 올라서 있는 듯한 화자의 거침없는 행동에 눈길이 간다. 초승달을 하늘을 여는 문의 손잡이라고 여기며 힘껏 잡아당긴다는 시인 표현에서 더 이상 섬약하고 소극적인 여성에 머물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우주적 남성으로 변신한다고 말하면 과언일까. 우주적 여성인 바다와 우주적 남성인 화자가 교접을 하고 생산에 이르고자 하지만 원만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수태를 환기시키고 있다. 우주적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