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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思慕)

등록일 2014-05-07 02:01 게재일 2014-05-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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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태 준
바퀴가 굴러간다고 할 수밖에

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齒)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물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별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형태와 골격을 갖지 않지만 미묘하게 모양을 이루는 물의 움직임, 그것이 물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것은 제목처럼 내가 그리워하는 공간 혹은 내 그리움의 운동방식 자체다. 물의 안쪽에서 내가 사라지는 사건처럼 그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이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물의 고요는 얼마나 신비하고 매혹적인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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