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자
부서지고 부서져 마침내
바다가 된 아버지
무릎뼈는 아파 더 이상 세월 앞에 굽히지 못한다
두통마저 시시때때 파도보다 치솟아
햇살 눈 뜨기 전
통통배로 멸치잡이 나서던 신새벽
활어들의 몸짓만큼이나 펄펄하던 시간들
어릴 적 노닐던 파도의 속살거림
패기로 파도를 사랑한 근육과 의지의 단단함
험난한 삶의 파편마저 넘나들던 유연함
그 뜨거움까지 희미해서
빛을 잃은 태양처럼 희미해져
석양에 갈매기 끼룩끼룩
하얗게 나비떼같이 흐르는 듯 나는 듯
하얗게 빛바랜 모습으로 서 계신
아버지
강하지만 결코 강하지 않는 아버지. 그가 쓸어안고 건너는 시간, 그를 데리고 가는 시간, 그를 기록하고 추억하는 시간은 짧고 소멸에 가까울 정도로 오래 남겨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늘 동쪽, 아니 새벽에 서 있다. 항상 스스로를 부수면서 세월에 상하면서 그렇게 석양이 돼가는 존재다. 오랫동안 남아있지 못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그가 온몸을 다 써버리고, 가족들을 위해 산화해버리기 때문에 그의 흔적은 많지 않고 남아있지 않다. 장엄한 아버지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