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장님이 한 분 계신다. 그 사장님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저작권을 소유한 에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어린이용 제품의 브랜드로 내세워 전국적으로 유통을 하고 계신분이다. 물론 지방 자치단체에 거액의 캐릭터 사용료를 지불하고 전용실시권을 받으셨다. 그런데 얼마전 그분을 뵈었을 때 한 통의 전화 통화 후 매우 한탄을 하셨다. 이유인 즉슨, 자신에게 전용 실시권이 있는 캐릭터를 유사 품목 경쟁업체에서 무단 사용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지자체 담당자에게 항의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 왈, 그 지역 자치 단체장과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진 유력인사의 묵인하에 캐릭터 사용에 관해 `뒷거래`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사장님의 항의 전화를 받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실무 담당자도 자치 단체장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 어쩔줄 몰라 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이제 단순히 어린 아이들을 TV앞으로 유혹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당당한 문화 콘텐츠이자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거대 수익원이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뽀통령`으로 통하는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의 경우를 보면, 대한민국 아동 문화 산업에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를 3천893억원으로 책정했다.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가 향후 30년간 존속된다는 전제 아래 뽀로로가 30년 간 생성할 수 있는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결과다. 또한 뽀로로의 1년 저작권료만 해도 120억원이 넘는다. 이는 연봉 2억원이 넘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60배 높은 수치다. 뽀로로는 문구, 완구, 의류, 식기류, 침구 등의 캐릭터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러한 캐릭터 상품 종류만 해도 1천600여 종에 이른다. 뽀로로 캐릭터 관련 매출이 5천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는 그야말로 `대박 아이템`인 것이다.
최근 또 다른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꼬마 버스 타요` 광풍이 불고 있다. 꼬마 버스 타요는 서울시의 지선·간선·광역·마을버스 등을 의인화한 캐릭터인데,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시절, 당시 서울시 교통정책과에서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친근감을 높이고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교육을 위해 5억원을 투입해 제작했다. 당연히 서울시가 투자해 개발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에 들어 서울시는 단순히 꼬마 버스 타요 캐릭터 제작에 그치지 않고 `뽀로로`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이코닉스와 손잡고 `꼬마 버스 타요 문화 산업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꼬마 버스 타요 캐릭터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이를 EBS를 통해 방영하기 위해서다. 이는 지자체 최초의 혁신적인 시도였다. 그 이후 꼬마 버스 타요는 2010년 하반기부터 EBS에서 방영을 시작해 52편이 방송 전파를 탔다. TV 방영과 동시에 타요는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뽀로로`의 뒤를 잇는 인기 캐릭터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엔 시즌3까지 만들어져 미국의 `미키마우스`, 영국의 `토마스 기차`처럼 장수 캐릭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어린이용 캐릭터 꼬마 버스 타요를 두고, 엉뚱하게도 어른들이 시끄럽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꼬마버스 타요의 선풍적인 인기가 마치 자신의 공적인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하며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새누리당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박원순 시장은 “먼저 응용하는 것이 장땡, 써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작년에도 경남 진주시와 `등축제`개최 문제를 두고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지난 65년 동안 가꾸어 온 진주시 고유의 전통 축제인 `진주유등축제`를 서울시가 모방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문제에서도 박원순 시장의 “써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논리가 작용했나보다.
비록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새로운 창조 없이 모방만 지속한다면 이는 한 국가를 대표하는 특별시의 시장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