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욱
기쁨과 슬픔은 붙었다 녹슨 쇠붙이의 몸에는
녹슬지 않은 하얀 얼룩 같은 것이 떨어질 듯, 붙었다
대문을 삐끔 열고 나온 늙은이가 하아얀 치아의
웃음을 문간 위에 걸어놓고 돌아간다 그 집에는 곧
느닷없는 기쁨의 손님들이 들어찬다 굽은 삭정이,
그 집의 감나무 가지 위에도 오늘은 하얀 웃음 달이 걸렸다
시인은 동네의 어떤 노인의 집을 방문한다. 시인은 `녹슨 쇠붙이`, `늙은이`의 몸을 연계시켜서 소멸이라는 삶의 주제를 노래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소멸할 듯 스러질 듯한 늙은이의 하이얀 치아와 굽은 삭정이 같은 노인의 등이지만 시인은 거기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존재의 태를 발견하고 있다. 눈물겹게 절실한 모습이다. 사라져 버릴듯하면서도 살아있는 존재의 그 절실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짧은 시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