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나, 삼존불상 보았네

등록일 2014-03-21 02:01 게재일 2014-03-21 18면
스크랩버튼
장 태 원

참 희한한 일도 다 있제

흥해읍 초곡리 유황 온천

숱한 가면을 덧칠하던 때들이

떼로 몰려 내 껍데기 돌려주라며 시위하던

글쎄 그곳에 말이제

어떤 삼대(三代)가 수도를 하고 있었제

고승인 듯한 애비는 면벽하고

애비의 새끼는 그 애비를 염불하듯

때들이 힘겹게 짊어진 옷을 벗기고

와불한 작은 부처는

애비의 궁뎅이를 달인양 보고 있었지

희한도 않제

글쎄 그 셋이 너무 닮았어

나, 마른침 꼴깍 삼켰네.

흥해읍 초곡리에 위치한 유황 온천 목욕탕에서 시인은 희한한 삼존불을 보았다고 말하는 이 시는 거룩한 한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찌 목욕탕 안에 삼존불이 있겠냐마는 시인의 눈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손자의 벗은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음이 스친 것이다. 그 모습들이 너무도 정겨워 불상처럼 우러러 보고, 참배하고 싶은 정도의 육친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그 재미난 풍경이 눈에 삼삼하게 떠오르는 아침이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