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폭발하는 봄

등록일 2014-03-19 00:52 게재일 2014-03-19 18면
스크랩버튼
황 명 자

아, 지겨워라 봄꽃들

끝나지 않는 봄의 자락에 매달려

몸서리치고 있다 활화산 같은 목련도

산중턱 붉게 타오르는 진달래도

아직 저토록 난분분한데

봄은,

욕심도 많다

머릿속 헤집고 다니면서 독기 뿌려 놓는다

아, 터질 것 같은 머리통!

차라리,

흐드러진 꽃무더기 위에 얹어두고

슬그머니 도망치고 싶다

그 꽃나무,

온 산천에 썩은 피비린내 뿌리도록!

봄이 지겹다라고 어쩌면 도발적인 발언으로 시작하는 이 시에서 봄에 느끼는 혼란스러움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을 읽을 수 있다. 목련과 진달래로 봄은 활활 타오르고, 이 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인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머리를 차라리 떼어놓고 싶어 한다. 현기증나는 봄의 자락에 매달려 몸서리치고 있는 것은 꽃이 아니라 시인 자신이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