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명 자
아, 지겨워라 봄꽃들
끝나지 않는 봄의 자락에 매달려
몸서리치고 있다 활화산 같은 목련도
산중턱 붉게 타오르는 진달래도
아직 저토록 난분분한데
봄은,
욕심도 많다
머릿속 헤집고 다니면서 독기 뿌려 놓는다
아, 터질 것 같은 머리통!
차라리,
흐드러진 꽃무더기 위에 얹어두고
슬그머니 도망치고 싶다
그 꽃나무,
온 산천에 썩은 피비린내 뿌리도록!
봄이 지겹다라고 어쩌면 도발적인 발언으로 시작하는 이 시에서 봄에 느끼는 혼란스러움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을 읽을 수 있다. 목련과 진달래로 봄은 활활 타오르고, 이 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인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머리를 차라리 떼어놓고 싶어 한다. 현기증나는 봄의 자락에 매달려 몸서리치고 있는 것은 꽃이 아니라 시인 자신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