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수
제 눈을 찔러 장님 됐던 화가 최북
하기 싫은 연주를 하느니 거문고를 아예
부숴버린 김성기, 평생 외길 걷기의 그들처럼
가지 않아야 할 길은 버리기로 했다. 그런
나만의 새 쳇바퀴를 돌리고 또 돌리면서
느리게, 때로는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어두울수록 영롱한
별빛 더듬어 떠나기로 했다. 쓸쓸하더라도
나의 오솔길, 마음 가는 길로만 가기로 했다
평생 언론에 몸 담으면서 시를 써온 시인의 독백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오직 자기 자신이 걸어야만 하는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온 화가 최북처럼 거문고 연주자 김성기 같이 시인도 오직 시를 쓰면서 한 생을 마감하겠는 비장한 결의가 나타나있다. 그것이 운명의 길인지도 모른다, 한 가지를 궁구하고 오직 그 길로 걸어간 어른들의 길이 선명하게 보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