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결정 대의원·조합원엔 전혀 안알려<BR>일부서 조합장 등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준비중
속보 = 전국 수백 개의 지역농협을 비롯해 경북지역 농협들이 무분별한 증권투자에 나서 막대한 외부투자 손실이 발생<본지 11일자 1면>한 이후 책임공방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의 투자 손실 금액은 해당 농협의 한해 당기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인 데다가 외부 투자 손실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조합원과 집행부 간 책임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안동의 경우 지난 2010년께 증권사를 통해 STX그룹 계열사였던 한 해운사 기업의 회사채에 A농협은 72억원, B농협도 10억원을 투자해 연 5%대 이자수익을 얻었지만 해당 기업이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투자액이 모두 반토막이 났다. A농협은 최근 상환 받은 주식도 최하한가를 기록한 상태에서 모두 처분함에 따라 손실액은 수십억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농협이 투자할 당시 대의원과 조합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책임 경영인 2명만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일 지역 농협으로서 최고액을 투자한 이 농협에서 문제가 불거진 계기는 지난 1월말 대의원 총회에서 비롯됐다.
당시 일부 대의원들은 부실경영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해당 조합장이 사과를 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오히려 `업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준비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한꺼번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해당 농협이 대의원이나 조합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한 조합원은 “1~2억도 아니고 한꺼번에 70억 이상을 외부에 투자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사진이나 대의원들에게 처음부터 투자 규모나 당위성을 미리 설명한 농협도 있다.
B농협은 대의원들에게 투자할 당시 상황과 외부 투자 손실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 손실액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3억원의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A농협 관계자는 “외부운영을 하다 보면 수익도 발생하고 손실도 발생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 규정 안에서 절차를 지켜 당시 우량 회사채를 매입한 것을 두고 손실을 봤다며 책임을 묻는다면 과연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출수요 감소 등 지역농협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져 농협중앙회 예치금 이자율보다 수익률이 높은 외부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무분별한 외부 투자와 막대한 손실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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