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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등록일 2014-02-19 02:01 게재일 2014-02-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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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일(work)이란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자아실현의 통로가 되므로 극심한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은 복(福)이다. 스트레스(stress)라는 용어는 신문지면이나 언론매체에서 매우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스트레스는 30~40대 직장인 과로사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다. 스트레스란 원래 물리학에서 사용되던 용어로서 `물체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힘`을 의미한다. 이것이 의학에 적용되었을 때는 개체에 부담을 주는 `육체적 정신적 자극`이라 할 수 있겠다. 좀 더 세밀히 나누자면 신체에 주어지는 자극을 `스트레서(스트레스 인자)`라고 하며,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스트레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서와 스트레스 모두를 합쳐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심리학자들이 스트레스 정도를 비교 분석한 자료에 보면,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해 유발되는 스트레스를 100으로 두었을 때 별거는 65, 결혼 50, 임신 40, 친구의 죽음 37, 자녀의 독립 29, 입학과 졸업 26, 전학 20, 수면 습관변화 16, 방학 18 으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와같이 다양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개인은 신체병리적 또는 정신병리적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하여 적절한 대처나 관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특정한 형태의 질병에 걸리기 쉽다.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신체적 증상으로는 혈압증가, 호흡곤란, 근육긴장, 위장장애 등이 있으며, 만성적 스트레스가 암(Cancer) 유발과도 관련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심리적 증상으로는 분노, 혈압, 우울, 집중력의 저하, 의사결정의 곤란, 신경증 등이 있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이러한 스트레스에 의한 심리적-생리학적 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높은 수준의 흥분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감은 근육 긴장을 높이는데, 스포츠에 있어서의 성공 여부는 근육의 상호작용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과도한 심리적 불안감은 선수의 경기 기량을 저해하고 신경과 근육 세포 상호작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홈 경기가 유리한 이유는 바로 홈 관중들의 응원과 격려가 선수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이로 인해 근육 활성이 더 높아져 신바람 나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1000·1500·5000m 계주)을 차지한 `쇼트트랙 천재` 안현수 선수는 한국빙상 연맹의 파벌 싸움과 소속팀 해체 등 각종 악재에 휘말려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힘든 시기를 겪다가 결국 지난 2011년 11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그의 러시아 이름은 `빅토르 안`. 빅토르 안 선수는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된 2014 동계올림픽에 당당히 참가했다. 심지어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는 동메달을 수확해 자신의 새로운 조국 러시아에 올림픽 첫 쇼트트랙 메달을 안겼고, 1천m 결승에서는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빅토르 안은 자신이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를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빅토르 안은 자신을 왕따 시키는 한국빙상 환경에 좌절하여 술과 마약에 빠지거나 자살을 택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을 통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그 환경을 저주하거나 분쟁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자신이 받아야 할 포상 연금을 한꺼번에 일시불로 조용히 챙긴 후 한국빙상 환경을 미련없이 피했고, 새로운 환경 러시아에 잘 적응 후 결국 8년 만에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이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을 때, 자신을 환영해 주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환경으로 피한 빅토르 안. 그런 의미에서 빅토르 안은 매우 지혜로운 친구이며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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