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발의 노고

등록일 2014-02-14 02:01 게재일 2014-02-14 18면
스크랩버튼
▲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사람이 걸으면 발바닥은 체중으로 짓이겨 진다. 60kg의 체중이라면 땅에 닿는 발바닥은 걸을 때는 1.3배인 80kg, 뛰면 3~5배인 200kg~300kg의 압력을 받는다. 그러면 바닥 쪽의 살 속에 있던 피는 짓눌려서 위로 밀려서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순환을 도우므로 발을 `제2의 심장`이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적혈구가 파괴되기도 한다.

발은 눈에서 제일 먼 거리에 있고 땅과 접한 곳에 있기에 먼지 등으로 매우 쉽게 더러워진다. 사람 몸에서 제일 더러운 곳이라면 의당 손톱 밑 콧구멍 내부와 발가락 사이라고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발가락 사이에는 땀이 고여서 습하기 때문에 무좀이 잘 번식한다.

사람들이 생업을 하거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때 제일 기본은 발을 이용하여 서거나 걷는 것이다. 특히 중년 이상의 나이에서는 몸 전체의 건강을 위해 체육 분야에서는 걷기 운동을 권한다. 이럴 때에도 만보 걷기는 1만 번이나 발을 사용해야 한다.

발은 가장 낮은 밑바닥에서 몸의 모든 부위를 하늘로 떠받치고 있다. 거기서 신체의 다른 부위 즉, 심장이나 간, 심지어 위장안에 있는 밥까지도 안전하게 받들어 준다. 그러나 `고맙다`는 감사의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오히려 발을 천하게 여기고 존재하는지 관심조차 없다.

직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고된 노동 등에서 과도하게 일하고도 수입이 변변치 못하며 주로 사회에서 밑바닥 수준의 직장에서 일한다. 그러나 고생을 많이 하면서도 `수고했다`는 말을 듣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하는 일을 몸에 비견하면 발바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거칠고도 험한 일을 함으로서,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발은 아름답게 붉게 물들이는 입술이나 사랑을 받아들이는 가슴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좋은 음식의 맛을 경험하는 혀가 되고 싶기는커녕, 식당까지 가는데 인체의 무게를 지탱함으로써 남모르게 고생만 한다.

그래도 발은 묵묵히 자기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면서 한 번도 서운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때로는 유리 조각을 밟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발에 걸려 넘어져서 고통스러워도 주인은 재수 없다고 신경질만 부린다. 발은 봉사만 하다가 일생을 마친다. 어느 의사가 쓴 글을 보면,

“인간에겐 두 발이 있어

어디든 가고픈 곳 갈 수 있기에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가!

하지만 정작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면

아름다움은 두 눈이 보고,

즐거운 소리는 두 귀가 듣고,

감미로운 것은 입이 맛보고,

기쁨은 가슴이 느끼고,

좋은 것은 두 손이 만지지만,

두 발은 그런 와중에도

온몸을 떠받들고 있어야 한다.

쉬지 않고 지쳐가며 힘들게 걸어준

두 발의 소중함도 모르면서

자주 씻고 발 관리도 잘 안 해주면서

퀴한 발 냄새가 난다며

불만 불평을 털어놓으니

어디 그럴 수가 있는가?…”

라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발은 손도 자주보고 깨끗이 해야 한다. 그와 같이 사회에서 제일 약하게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정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

여유가 된다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서 사회에서 발과 같은 역할, 전체의 밑 부분에서 기본적인 일을 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 발의 역할을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마음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