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택배·음식배달 업종 등 직격탄<BR>직장인들 귀가 시간 당겨져 술집도 한산<BR>죽도시장 상인 “수산물 가격 오를까 걱정”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에 수십㎝에 이르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지역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수일째 눈구덩이에 파묻히면서 대부분 주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지갑을 굳게 닫았다.
특히 택시, 대리운전, 운송택배, 음식배달 등 차량운행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니는 업종은 좋지 않은 도로사정 속에 업무에 큰 차질을 빚었다.
지난 10일 밤 포항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쌍용사거리도 평소와는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술집, 노래연습장 등 이 일대 100여 개가 넘는 상가 중 손님이 가득찬 상가는 찾기 힘들었다. 전날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날 오후 내내 이어진 탓에 퇴근 후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간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들이 술자리 이후 귀가수단으로 활용하는 택시, 대리운전의 운행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그나마 택시는 낮 시간대 일반시민들이 이용하는터여서 영향이 덜한 편이지만 음주라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필요한 대리운전의 경우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다.
한 대리운전 기사는 “어제(9일) 밤부터 눈이 내려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오늘(10일)은 한 명도 받지 못했다”며 “폭설 기간 동안 돈벌이 수단이 아예 사라지니 답답한 노릇이다”고 푸념했다.
경북 최대의 수산시장인 죽도시장도 폭설의 손아귀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장에는 상인과 손님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연이은 기상악화 속에서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소수의 상인들이 냉동오징어, 소라, 갈치, 고등어 등 타지역에서 들여온 수산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
상인 김모(45·여)씨는 “먹고 살기 위해 시장에 나왔는데 손님도 동료 상인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까지는 찾는 손님이 없어 수산물 가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다음주까지 기상여건이 이어질 경우 대폭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킨, 피자, 햄버거, 중화요리 등 시민들이 주로 배달을 이용해 주문하는 배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로가 마비돼 냉동탑차 등을 통해 납품되던 식재료 수송이 어려워졌고,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운행이 사실상 힘들어 폭설 기간내내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M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하루 수백여건의 배달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영업보다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폭설이 끝난 뒤 도로여건이 풀리면 배달서비스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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