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포항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빠져들었다. 눈만 내리면 이유없이 즐거워 온 동네 골목길을 뛰어다녔던 시절,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추억에 가슴이 뻐근해온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다가 지난해 읽었던,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며 심리학자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책 `꾸뻬 씨의 행복여행`을 다시 집어들었다. 파리중심가 한 복판에 진료실을 갖고있는 정신과 의사 꾸뻬 씨. 꾸뻬 씨는 둥근 뿔테 안경에 콧수염을 기르고, 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진료실은 언제나 상담을 원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친절하면서도 자극적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를 찾는 여자, 환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슬퍼하는 의사…. 어느 날 꾸뻬 씨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음의 병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꾸뻬 씨는 여행을 떠났다.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지 알기위해서.
꾸뻬 씨가 세상을 여행하며 찾은 행복의 비결은 얼핏 보면 그리 대단해뵈지 않는 글귀들이다.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여기까지 읽으니 내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이 책을 읽게된 이유가 짐작되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뿜어내는 빛과 향기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데 공감했던 모양이다. 꾸뻬 씨의 행복론은 더 이어진다.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또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살아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꾸뻬 씨는 중국의 한 사원에서 고승을 만났을 때 묻는다. “행복을 목표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 것은 무슨 뜻인가요?”노승이 말했다. “삶에서 목표는 많은 일들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여행을 마친 꾸뻬 씨는 자신을 찾아오는,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래의 글귀가 적힌 카드를 선물했다고 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것 처럼.”
꾸뻬 씨의 카드에 쓰인 글귀처럼, 나 역시 그저 춤추고, 사랑하고, 노래하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인줄 가슴깊이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