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누구에게도 찾아온다”
기원전 106년에 태어난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웅변가인 키케로가 한 말이다. 키케로의 말대로 행운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에 행운만큼 정의로운 것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것을 단번에 검증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카지노다.
이미 18세기부터 유럽에서는 카지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카지노는 왕국의 재정충당에 상당히 기여했을 정도로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합법화하고 있으며 주정부나 국가의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독일 주정부의 경우 전체 세입의 3~4%가 복권이나 카지노경영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카지노는 미국의 라스베가스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독일의 일부 카지노는 오히려 소박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많다. 때때로 대학생들이 시험을 끝내거나 생일을 맞았을 때 넥타이를 정결히 매고 애인과 함께 출입해 보는 곳이 카지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행운을 검증하기 위해 도박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누구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맥주 한잔과 함께 눈요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확률과 관계되는 이론을 설명할 때 블랙잭의 카드 패나 룰렛을 예로 들면서 자연스럽게 설명하기도 한다.
게임을 즐기려는 인간 본연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잔인하다. 인간은 어차피 놀이와 유희를 즐기는 호모루덴스가 아닌가. 게임은 자기책임 하에 냉정하게 즐기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유럽인들도 많다. 우리나라 보다 카지노에 대한 인식이 부드러운 편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카지노는 역시 도박장이기 때문이다.
카지노의 진정한 피해자는 가진 자 보다 못 가진 자다. 비숙련 노동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지기 시작하면 가산탕진으로 이어진다. 가난한 노동자가 돈을 잃게 되면 몇 달치 봉급인 거대한 액수의 칩도 돈으로 보이지 않게 된다. 어차피 도박은 제로섬(Zoro Sum Game)게임이다. 누가 잃는 만큼 자신이 따는 것이다. 그러나 카지노에서의 게임은 마이너스섬(Minus Sum Game)게임이다. 판돈의 일정액은 항상 카지노측이 챙기기 때문이다.
1년간 카지노에 빠졌던 아인슈타인도 룰렛에서 이기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칩을 훔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렸을 정도다. 프랑스의 문인이었던 사강마저도 칩이 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한 적이 있으며 스스로 카지노에 출입금지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카지노를 진정한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유럽인들도 있다. 풍족한 노년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돈은 많으나 쓸 곳이 적어 돈에 대한 한계효용이 아주 작은 사람들이다. 돈을 마다할 사람이 없지만 돈을 가질수록 돈에 대한 욕심이 적어 돈에 대한 한계효용이 적은 사회는 비교적 바람직하고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도박을 즐긴 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잃어도 게임을 즐겼으니 덤덤히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카지노를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요 진정한 호모루덴스들이다.
우리는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자본과 화려한 카지노산업의 뒤에서 피어나는 어두운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에서 국내 카지노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되고 있다. 카지노도 국제적인 산업인 만큼 관광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 자본의 속성도 간파해야 한다. 카지노 영업에서 언젠가는 내국인까지도 타깃으로 삼으려는 직간접의 압력과 전략에 대한 대비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우리들에게 더 이상의 카지노 노출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어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