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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을미년 새해와 공유가치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오스트리아에는 사회동반자제도(Die Organisation und Operation der Sozialpartnerschaft)라는 것이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오스트리아의 미래를 위해 서로를 인정하며 상생협력 할 것을 협약한 제도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도 노사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는 선진국 중의 하나다.사실 이익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대립은 불가피한 것이다. 결국 생산물에 기여한 노동과 자본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 다툼인 것이다. 이런 대립관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첩경은 서로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면서 최상으로 협력하는 길이다. 생산물에 대한 노동과 자본의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오스트리아의 사회동반자제도는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이 제도는 “자본 없는 노동 없고 노동 없는 자본 없다”라는 현실 논리에서 시작한다. 노동과 자본이 만나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만난다.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만난다. 치우침이 없이 비교적 공정하고 정상적인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회 동반자 제도의 핵심 기관을 `평등회의`라고 부른다. 노동과 자본이 만나지 못했던 중세의 농민 투쟁과 근세의 노사 대립, 그 투쟁과 혁명의 역사가 던진 교훈을 기억하는 것이다.오스트리아도 한때는 극심한 빈부 격차 때문에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극단주의적 사고가 퍼지면서 사회 전체가 위태로운 적이 있었는데 사회동반자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잉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한 1945년,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패전으로 작은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시절, 정치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양대 정당인 중도 좌익의 사회민주당과 중도 우익인 국민당은 분열과 혼란에 빠진 나라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를 던지고 가슴과 심장을 맞대기 시작했다. 번갈아 집권하거나 연정을 통해 정치 안정과 사회 통합에 주력했으며,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반 상생할 협약을 체결했다. 오스트리아가 이 같은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요인은 노동과 자본에 대한 `공유가치`를 서로가 진정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오늘날은 노동 속에도 수많은 형태의 자본과 노동이 섞여 있고, 자본 속에도 다양한 노동과 자본이 녹아 있는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 쉬운 예로 노동자도 기업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소유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정치와 사회, 그리고 각종 제도와 얽힌, 단칼에 벨 수 없는 수많은 소유 관계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소유에 대해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고하고 유러피언 드림을 외친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오래전부터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가 온다며 `소유의 종말`을 주장했다. 사유(私有)가 아닌 즉 공유(共有)시대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요즘 화도가 되고 있는`공유경제`니 `공유가치 창조`(Creating Shared Value)라는 것들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공유가치 창조`는 사회적 갈등의 치유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 비판과 반성의 대안으로 `공유가치 창조`와 관련된 것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갑오년을 보내고 을미년 새해를 맞이했다. 비정상적인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된 갑오년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을의 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비정상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갑을 관계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사회 구성원의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공유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갈등이 치유되는 을미년이 됐으면 한다.

2015-01-15

프라하의 겨울 카페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성탄절 그리고 겨울에는 역시 눈이 내려야 제격이다. 추운 겨울, 저 멀리 동유럽 체코 프라하의 겨울을 생각해 본다. 체코 프라하는 누구나 동경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매년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이 2억명에 달한다니 과히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프라하는 유럽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중 하나다. 유럽의회는 프라하를 2000년 유럽의 문화 도시로 지정했다. 도시 전부가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아르누보 건축물로 들어차 있어 중세 건축물의 박물관이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프라하는 몇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도시지만, 건물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면 수년도 부족할 만큼 아름답고 로맨틱한 도시다. 겨울이 오면 프라하를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프라하는 겨울의 도시인지도 모른다. 차가운 겨울바람과 흰 눈 그리고 고독과 사랑, 프라하의 중세건물과 골목으로 보헤미안의 낭만이 번지면 세계도처 여행객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곳이 프라하다.시장경제가 도입 된지 25년이 흐른 지금, 프라하의 겨울도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바로 카페문화다. 추운 겨울 프라하는 문인과 낭만의 여행객들이 유명한 카페들을 찾아 커피나 한 잔의 독한 술로 사색을 펼쳤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토록 유명했던 카페 `슬라비아`도 그 중의 하나다. 고급샴페인, 층층으로 쌓아올린 둥글고 화려한 케이크인 토르테, 남부 보헤미안산인 청어, 볼타바강에서 잡아 올린 가재…. `슬라비아`는 고급카페이자 고급레스토랑이었다. 시인이자 전 체코의 대통령이었던 하벨도 이곳에서 겨울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던 곳이다. 카페의 벽에는 1905년도에 그려진 `압생트酒를 마시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그림도 걸려 있었다.압생트주는 알코올 도수가 75%에 달하는 독한 증류주다. 쑥이나 회향, 아니스 등 향미료가 첨가된 리쿠어酒도 판매된다. 알코올 도수가 75% 이상인 술은 너무 독하기 때문에 자칫 환각을 일으키거나 눈이 멀 수 있다고 하여 서유럽 대부분 국가의 술집에서는 법적으로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프라하에서는 1991년부터 다시 허용됐다. 음주에 대한 부작용은 음주자 스스로 책임지라며 자유를 준 것이다. 1인당 맥주 소비량 최고를 자랑하는 나라답다. `술 마실 때 행복해`라는 체코의 민요가 있을 정도다.그러나 여행객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색의 공간이었던 유명한 카페들도 사라진지 오래다. 인근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의 자본들이 들어와 수입이 좋은 다른 업종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카페 `슬라비아`도 그렇게 사라졌다. 당연히 치러야할 대가인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 이 같은 현상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의 부류가 바로 체코 문인과 예술인들이다.카페문화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프라하의 변신도 시작됐다. 프라하의 신생기업들은 체코의 문인 `프란츠 카프카`를 시장에서 완전히 브랜드화 하고 있다. 커피 잔, 티셔츠에도 어김없이 카프카의 상표가 새겨진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 동면하듯 카프카는 인간세상을 외면했던 체코의 위대한 문인이었다. 소시민적이고 왜소한 삶을 살았던 카프카는 낮에는 보험국 관료로 일했고 밤에는 한없이 작아지는 실존의 부조리를 소설로 남겼다.프라하는 `황금의 도시`로 불려왔다. 체코의 필스너 맥주병이 황금색으로 빛나서일까. 아니면 프라하의 수많은 교회 지붕 첨탑이 황금색이여서일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보헤미아(현재 프라하의 서부 지역)의 왕이었던 루돌프 2세는 프라하를 포함해 유럽 전체가 황금으로 변하길 원했다고 한다. 실제로 프라하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프라하 성 밑 골목에는 16세기 연금술사와 금 세공사가 살았다는 유명한 `황금소로(Golden Lane)`가 있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에 팔기에 여념이 없지만 서유럽인들도 이처럼 사라져가는 프라하의 카페문화를 아쉬워하고 있다.

2014-12-18

이케아가구와 이케아세대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여러 의미를 지닌 `이케아(IKEA)세대`라는 신조어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케아세대`는 외국문화에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있지만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으로 주로 저렴하고 단순한 가구를 사용하며 2~3년마다 거처를 옮겨 다니는 30대를 지칭하고 있다. `이케아세대`를 좀 더 현실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빼어난 스펙을 가졌지만 불안전한 고용으로 결혼 등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20·30대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각종 자격증과 어학연수 등 화려한 스펙을 가졌지만 낮은 임금의 계약직에 고용되는 경우도 잦아 암울한 우리 젊은이들의 경제적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결혼포기는 결국 출산의 포기로 이어지므로 정치권은 물론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가야 할 과제다. 이케아는 연매출액 40조원을 돌파하는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업체이자 그 브랜드다. 이케아세대 신조어에서 봤듯이 이케아가구는 실용성과 경제적 가치가 뛰어나지만 가격은 그토록 저렴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이케아 매장이 드디어 경기도 광명에 오픈되면서 한국 가구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이케아를 설립한 사람은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88)다. 캄프라드는 1926년 엘름타리드(Elmtaryd)농장에서 태어났는데 그곳은 당시 스웨덴에서 가장 가난한 아군나리드(Agunnarid)지역에 속해 있었다. IKEA라는 회사 이름은 그의 이름과 출생지의 첫 글자를 모은 것이다. 그는 17살 되던 해 가난한 아버지의 용돈을 빌려 볼펜 등을 팔아 모은 돈을 종자돈으로 가구회사를 설립했다.캄프라드의 첫 작품은 울창한 스웨덴의 고향 숲 속에서 탄생했다. 그는 모든 시민을 위한 값싼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홀로 숲 속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좋은 나무를 골라 다듬고 부수고 맞춰나갔다. 외로운 작업에 골몰하면서 선을 보인 첫 작품은 나무로 만든 사다리꼴 모양의 우유통 운반도구였다. 그때가 1951년, 오늘날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는 이때부터 다른 것은 포기하고 오직 값싸고 품질 좋은 가구 생산에만 매달리게 된다.1950년대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민족 스웨덴을 외쳤을 때 캄프라드는 `가구 스웨덴`을 위해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 “땀은 정직하고 좋은 것이다”라면서 근면과 절약을 강조했던 캄프라드는 실제로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노동자의 귀중한 땀과 자신의 땀을 사랑한 캄프라드는 직원들에게 이면지 사용을 지시해 자신들에 의해 파괴되는 숲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이케아는 대형 백화점이 장악하고 있던 유럽의 가구 유통 구조를 단숨에 파괴해 버렸다. 기존의 유통 구조와 완제품 가구형태로는 운반 과정도 복잡했고 가격도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귀중한 땀방울을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가구들이었고 그는 그런 점을 슬퍼했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저렴한 조립식 가구는 유럽의 가구업계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가격의 절반은 조립하는 당신의 땀에 포함돼 있다는 슬로건으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 구매자가 직접 조립하는 이른바 DIY(Do it yourself)다. 하지만 땀 흘리는 수고보다는 조립하는 재미가 더 컸다. 새로움을 창조하듯 하나둘씩 맞추어가면서 드러나는 가구의 형상은 어른들의 성취감을 충족시키는 훌륭한 장난감이었다. 이케아는 그렇게 성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이케아가 국내서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국내개점을 앞두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서 판매하는 이케아 제작품 벽걸이용 세계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가 하면 이케아 가구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비싸게 책정되고 있다는 여론 등이다. 한국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1998년에 들어왔다가 2006년에 철수한 `월마트`, 1996년에 진출했다가 같은 해 퇴각한 `까르푸` 등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구업계가 어떻게 진일보 분발할 지, 이케아와 함께 어떻게 소비자를 위해 상생할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2014-12-11

소통의 독일 베를린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통독과 함께 독일의 수도가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긴지도 25년이 흘렀다. 장벽이 무너진 지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활기찬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베를린이 저절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정부가 베를린 시민과 줄기차게 소통하며 인적, 재정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미래의 설계와 함께 나아가는 동시에 과거를 복원해 나가는 대목이다.베를린의 변모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의아해 할 사람이 많겠지만 베를린에는 아직 이렇다 할 국제공항이 없다. 통독 전 베를린은 동독 영토 안에 있었기 때문에 국제공항을 건설하지 못했다. 베를린지역에는 쇠네펠트, 테겔, 템펠호프 등 세 개의 공항이 있지만 입지와 시설이 좋지 않아 늘어나는 항공 수송 규모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베를린 국제 신공항(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신공항)건설은 통독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부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길고 지루한 논란 끝에 2006년에서야 착공됐다. 최근 독일 언론들은 베를린 신공항은 빨라도 2017년 이후에야 개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돼 개항 예정일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3년 전에 시민들에 의해 신공항건설이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다. 체크인에서부터 수화물 운반, 보안 검사와 탑승까지 항공 여행의 전 과정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화재 경보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견된 것이다. 점검에 점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신공항 건설로 기존의 템펠호프 공항은 2008년에 일찌감치 문을 닫았는데 베를린 시 당국의 재개발문제가 부상했다. 미국 센트럴파크와 맞먹는 규모의 공항부지가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따라 베를린의 면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베를린 당국은 베를린시민과 소통했다. 옛 공항 부지를 주택개발 등으로 추진하려던 베를린 당국은 최근 시민들이 공원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시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재개발계획을 수정했다. 이러한 재개발계획 수정은 템펠호프 자유(Tempelhofer Freiheit)의 승리로 불리기도 했다.베를린 곳곳에는 이처럼 시민과 소통한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를린 도심의 타켈레스(Tacheles)건물이 있다. 2차대전 이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계속 전쟁으로 인한 폐허로 방치된 건물이었다. 그러나 1990년 예술인의 무단 점거로 문제의 건물의 운명은 달라진다. 市당국의 강제퇴거와 소통한 지금은 예술가들의 살아있는 아지트로 재탄생했다. 현재 다국적 예술가 60여명이 도심의 훌륭한 문화공간을 일궈내고 있다.우파파브릭 (Ufafabrik)도 좋은 예다. 우파(Ufa)는 1920년대 성업했던 영화사이름이다. 베를린이 분단되면서 버려진 공간으로 됐다가 1978년부터 젊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이 공간에 모여 새로운 대안적 공동체를 위한 실험들이 시도 되면서 생명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市당국과 마찰이 있었지만 소통에 성공한 결과다. 지금 고층빌딩들에 둘러싸인 전원마을로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회색 도시 안의 녹색 오아시스인 셈이다. 우파파브릭은 예술, 주거, 교육 등 삶 전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실험하는 `커뮤니티`이기도하다. 도시는 길게 보면 언제나 변화하고 문명화하는 법이다.오늘부터 안동·예천 도청신도시본부가 선발대 격으로 신청사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역사적인 신도청시대가 열리게 됐다. 신도청 신도시의 미래는 끓임 없는 시민과의 소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마침 경북도가 `제7회 대한민국인터넷소통대상` 공공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단순 방문 수치보다는 SNS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지수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는 경북도 권영길 대변인의 말처럼 더욱더 분발해 신도청 신도시의 미래를 소통의 독일 베를린처럼 시민과 함께 성공적으로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12-04

英·佛의 아이러니한 역사와 해저터널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프랑스인들은 영국에 대한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이 유럽을 이끌어 가지만 이들은 영국을 유럽 변방의 섬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946년 영국 수상 처칠이 취리히에서 “유럽도 똘똘 뭉쳐 미국과 비슷한 유럽합중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사실상 유럽통합은 독일과 프랑스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영국은 언제나 한 발짝 비켜 서 있다.영국언론 등에서 20세기 최고 수상으로 처칠을 언급할 때면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드골을 떠 올린다. 2차 대전 당시 영국 전시내각이었던 처칠이 미국 루스벨트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망명정부 수반이었던 드골을 불신하고 소위 왕따를 시켰다는 비망록 등을 프랑스인들이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독일과 프랑스는 이웃나라로서 사소한 일로는 티격태격하지만 중요한 일에는 머리를 맞댄다. 프랑스와 영국은 사소한 일에는 문제가 없지만 중요한 일에는 대립한다.` 잘 알려진 외교가의 이야기다.90년대 말, 유럽 광우병 파동 때의 일이다. 1998년 유럽연합(EU)집행위가 광우병의혹이 있는 영국산 쇠고기의 금수조치를 해제했지만, 프랑스는 끈질기게 수입 금지를 고수한 적이 있다. 도버해협을 통해 영국산 광우병 소고기가 프랑스로 유입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해저터널을 틀어막았다.양국 간의 먹거리 시비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인들은 13세기부터 `개구리를 잡아먹는 사람`이라고 프랑스인들을 몰아쳤다. 영국인들이 지금도 감정적으로 프랑스인을 대할 때 쓰는 개구리라는 표현이 여기서 유래된다. 물론 프랑스인들은 이것을 두고 무식한 영국의 부엌문화 때문이라고 맞받아친다.섬나라 영국과 프랑스(유럽대륙)를 잇기 위해 도버해협을 관통하는 해저터널은 19세기 초 프랑스황제 나폴레옹이 지시하면서부터 검토되기 시작했다. 1994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마침내 개통된 해저터널은 양국 간의 불신으로 인해 수많은 곡절을 겪었다. 1880년 자신이 고안한 굴삭기로 터널을 팠던 영국의 버몬트 대령은 프랑스가 해저터널을 통해 `광견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영국정부의 지시로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유럽의 광우병 파동 때는 프랑스에서 영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의 위험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해저터널을 막은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하지만 도버해협의 해저터널을 사이에 두고 `광`자를 반복하며 서로 터널을 막는 행보는 영국과 프랑스의 재미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올해로 해저터널은 개통 20주년을 맞고 있다. 런던과 파리, 그리고 브뤼셀을 잇는 이 해저터널에는 시속 300km를 달리는 고속열차 유로스타(Eurostar)가 질주하고 있다. 매일 12회 런던과 파리를 2시간15분에 주파하며 영국과 프랑스의 국경을 허물고 있다. 물론 국경을 넘나드는 터널이기에 여권 및 소지품 점검 등의 출입절차는 공항과 별 차이가 없다. 유로스타로 해저터널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을 `유로스타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지금 많은 파리 청년들은 유로스타에 몸을 싣고 해저터널을 통해 런던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런던이 파리보다는 비교적 행정규제가 적어 창업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당분간 누적된 재정적자 때문에 유럽연합과 독일로부터 긴축재정을 압박 받아야 하는 처지다. 사회당 집권 후 반(反)기업 정책과 그와 관련된 정서가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때 마침 프랑스 일부에서는 좌파 자신들의 성찰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서민들이 먹고 사는 생활문제를 이념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들이다.광견병과 광우병으로 번갈아 해저터널을 틀어막은 영국과 프랑스. 오늘날 유로스타에 몸을 싣고 영국으로 향하는 프랑스 젊은이들. 내일 해저터널의 역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흥미로운 일이다.

2014-11-27

어느 스위스 여의사의 납세의식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나라 전체가 복지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복지문제마저도 흑백논리에다 정치화, 이념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지사와 경남도교육감의 무상급식 논란이 촉발되면서부터 무상보육, 신혼부부 집 문제까지 청와대 그리고 여야 할 것 없이 온통 정치권이 복지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마치 복지의 주인공들이 바로 작금의 정치권이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복지관련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지만 복지에 대한 수혜와 경제적부담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국민들임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모양이다. 여야는 지금 제 머리 자르기에도 정신이 없다. 여당은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야당은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내걸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혁신(革新)을 외치고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최소의 의무(특권을 내려놓기 등)를 혁신이라고 요란하게 포장한다. 이런 포장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마침 최근 `글로벌인재포럼 2014`의 연사로 초청받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총장 랄프 아이흘러(Ralph Eichler)의 일침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진정한 혁신이란 아무런 혁신정책도 내어 놓지 않는 것”이라고. 혁신주체들이 스스로 각성하며 행동해야 진정한 혁신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런 정치권에게 과연 우리의 복지문제를 위임해도 될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근대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으로 대체로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를 꼽는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은 서유럽 중에서도 복지선진국들이다. 국민소득도 우리 보다는 훨씬 높은 나라들인 만큼 향후 상당기간은 우리들이 반드시 지켜봐야 할 나라들이기도 하다.이런 나라에서 생산적인 복지가 어떻게 선순환 되고 있는지 단면만 살펴보기로 하자. `마그렛`은 필자가 스위스에 거주할 당시 이웃에 거주한 아주머니다. 독일과 인접한 크로이츨링겐이라는 스위스의 조그만 도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신경과 여의사이기도 하다. 몇 년 전 한국의 모 TV 방송국에서 독일과 스위스의 전문 직업인들의 납세 의식과 이곳의 연금 제도를 취재하면서 이 병원을 찾아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인터뷰는 싱거웠다. 벌어들인 만큼 정확히 신고하고 세금 내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하는 `마그렛`이었다. 스위스에서도 의사는 고소득층에 속하고 그 만큼 고액의 세금을 납부한다. 세금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납세의 의무란 당연한 것이었고 거부감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자신이 의학을 전공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 세금 덕택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이 납부하는 고액의 세금이 복지교육시스템을 선순환 시키는 중요한 재원(財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스위스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서유럽 선진국 고액납세자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일반적인 납세 의식이다.스위스나 독일 등지에서 무상급식 등은 이뤄지지 않지만 대학의 등록금은 없다. 등록금 대신 약간의 수수료 정도만 부과될 뿐이다. 우리는 무상대학교육으로 표현하지만 물론 무상이 아니다. 교육수혜자가 직접 부담하지 않을 뿐,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너도 나도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아니다. 학문에 흥미와 소질이 있는 학생들만이 대학에 진학한다. 너 자식 내 자식 할 것 없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공동의 미래자산으로 여기기에 세금으로 공부시키는 시스템을 유지한다. 물론 학문보다는 개성과 자질을 살려야만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와 같은 교육시스템은 철저한 국민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다.복지시스템은 인기영합적인 정치인의 공약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수혜자이자 결국 부담자인 국민의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요란한 혁신보다는 이것만큼이라도 뼈저리게 느끼는 정치권을 보고 싶은 것이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2014-11-20

투명한 돔 속의 독일국회의사당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최근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현재 선거구별 인구 편차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대로라면 수도권의 의석수는 늘어나겠지만, 대구·경북지역의 의석수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표의 등가성도 존중돼야 하지만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이나 국가균형발전의 당위성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해 향후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사가 정확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정치의사결정에 반영돼야 하므로 등가성과 함께 유권자의 사표(死票) 최소화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래서 우리 정치권에서 주목해 온 것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며 그 골격을 앞서 지면에서 살펴봤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원칙적으로 절반씩 구성되는 정당별 총 의석수는 정당 지지율에 의해서만 결정되며 상황에 따라 `초과의석`이 용인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우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또 다른 특징은 후보자가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통일의 과업을 이뤘고 16년 동안 장기 집권한 헬무트 콜 전 총리도 두 번이나 지역구에서 낙선했으나 그때마다 비례대표로 등원한 정치인이다. 헬무트 콜은 현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대부이기도 하다.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절반으로 구성되고 동시호가가 가능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정당들이 전략적으로 특정후보들을 배치하기도 한다. 지역의 경조사 등을 빠짐없이 챙기는 등 골목대장형 지역구 정치인도 필요하지만, 국가의 과업들을 특정지역과 관계없이 균형적으로 챙기는 정치인도 필요하다는 의미 때문이다.이렇게 구성된 연방의회(Bundestag)의 직무가 시작되는 독일국회의사당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베를린 중앙역에서 다리 하나만 지나면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누구든지 방문할 수 있지만 예약은 필수다. 1918년까지 독일제국의회의사당으로 사용됐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국회의사당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로 집중적인 포격을 맞았던 건물이다. 독일의 분단으로 수도 베를린이 본으로 옮겨지면서 잠시 사용되지 않다가 통독 후 수도가 다시 베를린으로 복귀하면서 독일국회의사당으로 자리 잡았다.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대적인 재건축이 이뤄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한눈에 보여주는 건물이다. 자연광, 반사판 등 최첨단 친환경공법이 동원된 건물이기도 하다.의사당 건물 입구에는 `Dem Deutschen Volke(독일 국민에게)`가 웅장하게 새겨져 있다. 국민을 존엄하게 받들겠다는 선언이다. 의사당내부에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대형 돔이 만들어져 있다. 투명한 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회의장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민이 언제나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으니 투명한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국회는 언제나 시민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나선형의 대형 돔 중간 중간에서는 베를린 시내의 모든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경이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독일 의사당의 특징이다.국회의사당 내부를 보면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5t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독수리가 전면에 걸려 있고 내부 좌석의 배치는 우리나라 국회와는 달리 완전한 둥근 원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이다. 국민들이 늘 지켜볼 수 있도록 투명한 돔 위아래 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상당수의 의원 개인 집무실에는 앞뒤가 뾰족한 스포츠형 배들이 천정에 매달려 있다. 거기에 오늘날 독일 연방의회의 모습을 대변하는 각오가 인상적이다.`죽을 힘을 바치며 최선을 다하라!`, `정정당당 하라!`, `협력하고 승리하라!`.

2014-11-13

`초과의석`을 용인하는 독일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을 내세워 현행 3대 1의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내년 말까지 2대 1로 조정하라고 판결하면서 정치권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헌재 결정대로라면 62곳이 분구나 통폐합 대상이며 통폐합 선거구 대부분은 영·호남지역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인구밀집지역은 의석수가 늘어나지만 농어촌 등 지방은 의석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경북지역은 영천과 영주, 문경·예천, 군위·의성·청송, 고령·성주·칠곡, 김천이 인구수가 기준치에 미달해 통폐합이 예상되는 선거구다. 표의 등가성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겠지만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나 국가균형발전을 도외시한 결정이라는 논란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의석이 늘어나면 여야의 선거공약과 득표 전략도 수도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나 경북지역의 의석수가 현행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든 것을 차지하고서라도 특정 정당의 공천이 바로 특정지역의 당선으로 이어지기에 국민의 눈치보다는 오히려 당의 눈치를 봐야하는 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의 싹은 여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참에 선거구획정과 함께 망국적인 지역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 그리고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표의 등가성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사표(死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도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국민들의 의사가 정확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정치의사결정에 반영되는지에 달려 있으므로 표의 등가성과 함께 사표최소화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 어느 나라의 정치시스템에도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 기회에 독일 정치의 골자를 살짝 엿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독일 연방하원에서는 지역구 의원 299명, 정당명부 의원 299명으로 총 598명의 의원을 뽑는 정당명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총 의석수가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총 16개의 주의 인구비례에 따라 지역구가 배분되며, 각 주에는 지역구 개수만큼의 정당명부 의원 정원이 배분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정당득표(비례대표)와 인물득표(지역구)가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정당별 총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예를 들어 A정당이 30%의 정당지지를 받았다면 A정당의 의석수가 30%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투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1차 투표`와 지지 정당을 뽑는 `2차 투표`로 나눠지며 여기까지는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2차 투표 결과에서 전국 득표율이 5% 이상이거나, 전국에서 3개 이상의 지역구에서 승리한 정당만이 정당명부 의석을 얻을 수 있다.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다.문제는 정당의 총 지역구 당선자 숫자보다 정당이 확보한 의석수가 적을 경우에 대한 문제이다. 앞의 예를 들어, 베를린 지역의 총 의석이 지역구 50석, 정당명부 50석으로 총 100석인데 A당의 경우 지역구 의원 40명이 승리하였으나 정당지지율이 35%에 불과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A당은 전체 의석 100석 중 35석만 차지할 수 있다. 문제는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40명을 어떻게 처리할 것 인가다. 독일은 지역구 당선자에 대해 탈락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100석을 정당별로 분배하긴 하지만 A당의 지역구 의원 초과당선자 5명은 국회의원직을 유지한다. 이로 인해 베를린의 총 의석수는 105석이 되며 문제의 5석이 `초과의석`이 된다. 독일의 국회의원 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나라마다 정치가 국민의 신임을 받기는 어렵지만 독일 국회가 국내 현실에 비해 유독 신임을 받고 있는 탓인지 이처럼 독일 국민은 `초과의석`을 용인하고 있다.

2014-11-06

축제를 망치는 사람들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가을이 절정에 달할 시기인 10월 막바지 축제의 계절답게 안동과 예천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많은 축제가 열렸다. 전 세계적 축제라면 우리는 역시 유럽을 떠올린다. 오죽하면 유럽에는 5계절이 존재한다고 사람들이 얘기할까. 이른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축제의 계절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셀 수 없이 많은 축제들이 열린다는 뜻이다.크든 작든 대부분 수 백 년을 이어온 축제들이어서 연륜으로 따지면 우리들의 축제와는 크게 구분이 된다. 축제의 개막은 지역인사의 지루한 기념사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축제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대부분 왁자지껄한 가장행렬이 등장하고 유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모두가 하나의 몸으로 승화되는 것이 축제의 특징이다. 축제가 벌어지는 지역의 주민들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주인공들이다. 그리고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급기야 축제와 한 덩어리가 되면서 절정을 이루는 과정을 밟아간다.중세 유럽, 연명하기 어려운 농노와 걸인들이 동네 축제에 가면을 쓰고 합류해 난장판을 벌이며 사회적 불만을 쏟아내다가 영주나 통치자들에게 감금을 당하는 등 축제의 역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도 유럽의 카니발에서 가면과 날카로운 정치사회적 풍자가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축제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중세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영주나 절대왕권의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았던 투쟁의 주역들이었으며, 오늘날 당당한 현대시민으로 거듭나고 있는 주인공들인 것이다.봄의 카니발로부터 바야흐로 축제가 시작된다. 독일 카니발의 경우, 뒤셀도르프나 마인츠의 카니발도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쾰른의 카니발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알라프`(쾰른 만세)란 축제의 함성이 쾰른의 높은 성탑을 지나 하늘로 치솟기 시작하면서 카니발이 시작된다. 전통적인 광대들의 카니발 행렬이 시작되고 중세를 거슬러 가는 삼성인 농부 왕자 그리고 젊은여자가 등장하고 사육제차와 의장대행렬도 나타난다. 젊은 여자는 사실은 남자다. 히틀러는 남성은 복장도착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 실제로 여성을 등장시켰지만, 그 후로 다시 남성이 변장하고 있다. 의장대행렬은 비난받아야 할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점령군을 패러디한 것이다. 뭔가를 조롱하고 웃어야 한다. 정치풍자도 빠질 수 없다. 각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부정이나 스캔들이 도마에 올라 난자질 당한다. 주인공인 시민들 앞에서.지난 5일 막을 내린 뮌헨의 가을축제 옥토버페스트(10월 축제)도 시청 앞 광장에 걸쳐 있는 100여 개의 마을과 각종 직능단체가 왕, 귀족, 농부, 광대 등으로 분장하고 시내를 행진하면서 축제의 서막이 펼쳐진다. 동시에 뮌헨 시장이 그해 첫 생산된 맥주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 그리고 축제 참가자 모두가 한 몸이 된다.깊어가는 10월 우리들의 도처에서도 많은 축제가 열렸으며 또한 열리고 있다. 하나 같이 주최 측에서는 지역주민 모두가 주인공이라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는 것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한두 번 지적된 것도 아니며 어제 오늘 지적된 것도 아닌 것들이다.바로 축제와 별 상관이 없는 또한 지루하기 그지없는 지역인사들의 축사와 기념사다. 특정 인사의 이름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뒤늦게 도착했다며 추가적인 소개와 함께 박수를 유도하는 철없는 사회자도 그리고 거기에 맞춰 넙죽 절 올리는 용감한 지역인사와 지역정치인들마저 우리는 마냥 지켜보고 있다. 초보적인 민심도 못 헤아리는 지역인사와 정치인이 아직도 주위에 많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비록 각 지역마다 축제의 역사는 짧지만 참여하는 시민이 진정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만들려면 개막부터 어찌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2014-10-30

경북도·도의회의 행보와 佛 장 티롤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프랑스는 자유, 박애, 평등 그리고 문학과 예술을 떠올리는 나라다. 자유분방한 나라여서 그런지 독일에 비하면 유독 근로자들의 파업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을 견인하고 있지만 경제성적표 만큼은 그리 좋지 않다. 높은 실업률과 누적된 재정적자가 그것을 대변해 준다. 유럽연합과 독일의 압력으로 프랑스는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는 등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반발하는 각계각층의 불만이 다가오는 겨울을 우울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그런 와중에도 역시 프랑스는 올해 두 명의 노벨수상자를 배출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은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다. 그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모디아노의 수상으로 노벨 문학상을 탄 프랑스 작가는 총 15명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 최다 국가`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장 티롤 툴르즈 1대학 교수다. 그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21세기 자본`을 저술한 토마 피케티에 이어 또 한 명의 프랑스 경제학자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티롤 교수는 독과점 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을 연구했다. 티롤 교수의 독점·독과점 규제 연구는 단순히 최고가격을 제한하거나 업계의 가격 담합을 막는 단순한 규제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별 상황과 개별 산업 등 특정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쟁 정책과 규제 등이 이뤄져야 하다는 것이다.현존하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단 1개의 거대 기업이 독점하거나 몇 개의 기업이 독과점형태로 소비자와 업계에 폐해를 끼치는 사례는 많았다. 이들에게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도록 기존의 규제들은 독과점 시장에 최고 가격을 제한하는 등 가격상한제 등으로 소비자들을 보호해 왔다. 가격상한제는 독과점 기업이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사회전반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독과점 기업의 초과이윤을 보장해 주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는 지적이다.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독과점 규제나 규제행정공급의 주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다. 물론 단순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규제나 행정서비스로 궁극적인 혜택을 받는 자가 국민이나 시민(소비자)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도 일정부분 독과점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구태여 비교해 본다면 정부는 자연독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업의 성질로 보아 누구나 경영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독점 상태가 되어 사실상 독점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독점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한 나라에 여러 개의 정부를 두어 효율적인 경쟁을 시킬 수도 없고 또한 그것은 결국 혼란과 더불어 나라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현실적으로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기도 하다.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효율적인 규제나 시대적 환경에 부합하는 규제행정의 공급을 위해서도 부단한 자기혁신과 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비효율적인 독과점형태의 성격과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3.0도 그리고 경상북도 정부 3.0도 그렇게 나온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경북도와 도의회의 의미 있는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방분권과 지방 균형발전을 끓임 없이 주장해 온 김관용 도지사는 300만 도민이 향유할 최적의 행정서비스를 위해 조직체계를 재편하는 한편, 진정한 지방자치제를 위해 지방조직 자주권 확대, 지방재정 확충 등을 내걸면서 `지방차치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지방자치법개정특별위원장인 장대진 경북도의회의장도 현재의 지방자치법은 무늬만 자치인 예속 자치라며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룰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14-10-23

미래의 성장동력, 독일 드레스덴과 경북의 안동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독일 드레스덴과 드레스덴공대는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작센주(州) 주도(州都)드레스덴의 드레스덴공대에서 통일프로세스(드레스덴 선언문)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핫 이슈인 5·24 문제 등 남북한 당국이 만나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 나가야 한다”고 남북간 대화 의지를 밝혔다. 최근 북한의 실세 3인방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가를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한 속내와 의미는 워낙 예측을 불허하게 만드는 북한이지만, 한 걸음씩 신뢰가 쌓여 훗날 통일이 이뤄진다면, 드레스덴은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국내 여러 도시들도 상황에 따라 드레스덴과 직·간접적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를 가진 대전시의 경우 드레스덴시(市)와 과학기술교류협력 강화와 공동발전을 위한 `과학기술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경북 포항도 드레스덴공대 및 막스플랑크연구소 등과 학술연구교류협력을 맺고 있다.드레스덴은 찬란한 문화의 도시이자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독일의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도시다.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도 드레스덴의 심장으로 박동한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지금 드레스덴의 중심부에서 관련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유럽의 실리콘밸리가 아닐 수 없다.문화도시 드레스덴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열린 연구소와 열린 대학, 그리고 긴밀하게 이뤄지는 산학연의 연계를 생략할 수 없다. 독일 최대 철강업체인 티센쿠르프, 솔루션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SAP, IBM, 롤스로이스 등이 대학의 산학협력파트너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드레스덴에는 드레스덴공대를 포함해 10개 대학과 수많은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Max Planck)연구소, 응용과학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Fraunhofer)연구소와 라이프니츠(Leibniz)연구소 등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들어서 있다.게다가 대학과 연구소들은 시민은 물론 어린 꿈나무들과도 소통하는 열린 연구소, 열린 대학들이다. 이 같은 독일의 대학이나 연구소는 독일 시민 모두가 주인이다. 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가 그렇다. 독일 및 서유럽의 대학들은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항상 소통과 활용이 가능하다. 누구나 듣고 싶은 교양 강의가 있으면 아무런 절차 없이 언제든 강의실에 들어가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시험을 치거나 학위를 받는 것은 절차에 따라 등록을 마친 학생들로만 제한되지만 개인적인 지적 욕구를 위한 학습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모든 대학들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지적 공간을 공유하면서 시민 모두가 대학의 주인이 된다. 연구소 등에서도 미래 꿈나무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나 시민과의 워크숍과 세미나도 자연스럽게 시행된다.마침 신도청시대를 맞아 최근 안동에서도 안동의 미래성장 동력이 될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영세하기는 해도 지역 산업체와 대학이 협력해 `안동 소프트웨어협의회`를 결성한 후 개최된 행사다. 특히 안동은 장차 도청소재지로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은 도농복합형의 문화도시다. 더구나 안동은 댐으로 인해 대규모 공장시설 등이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에 대한 논의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문화 혹은 농업 분야로 특화한다면 크게 발전할 수도 있다.물론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과 아직 걸음마도 못하고 있는 경북 안동의 소프트웨어산업의 장래를 논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속담처럼 특별히 관심 가져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2014-10-16

미텔슈탄트의 나라, 독일

▲ 김부환 유럽경제문제연구소장미텔슈탄트(Mittelstand)는 중간 혹은 중류계급을 뜻하는 의미의 독일어로 중소기업을 일컫기도 한다. 독일에는 소리 없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중소기업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미텔슈탄트는 경우에 따라 한 우물만을 파면서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중소기업들의 혼(魂)이나 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은 경제성장의 허리에 해당할 만큼 독일의 탄탄한 경제력은 중소기업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일을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발 돋음 하게 만든 원동력도 중소기업, 바로 이러한 강소기업들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국제 비즈니스(당시는 교역으로 표현)의 역사는 곧 국가나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일찍이 프랑스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1689~1755)가 한 말이다. 해 묶은 이야기 같지만, 이 말은 지구촌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지금도 여전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으며 독일 및 서유럽의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유분방한 프랑스인, 합리적인 독일인…. 우리에게도 이젠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혹자는 이런 표현을 두고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선입견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쉽게 무시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볍게 넘겨버릴 문제만은 결코 아니다.프랑스와 독일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로 수시로 왕래까지도 잦은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양국의 관련협회나 단체 그리고 지방정부 등에서는 자국의 중소기업들에게 매끄러운 비즈니스를 위해 참고해야할 축적된 문화정보를 꼼꼼히 짚어준다. 개략적이긴 해도 그러한 문화정보는 상대 기업들이 생산할 제품이미지와 성능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로도 활용된다.독일이 보는 프랑스인들은 다음과 같다. 때문에 다음 사항을 참고하면서 프랑스 기업들과 비즈니스에 임할 것을 당부한다. 물론 프랑스인들의 성향도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몽땅 그려서 그렇다는 얘기다.감동을 잘하는 로맨티스트들이고 자유분방하다. 탁월한 유머감각에 다소 급한 편이고 나름대로의 예의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다음 사항을 참고하라며 다시 세분화시키다. 비즈니스 상대인 프랑스인들과 프랑스에서 식사를 할 때는 레스토랑 문 앞에서부터 예의를 갖춰야 한다. 설령 자기가 식사를 초대하는 입장이더라도 레스토랑 안에서 먼저 좌석을 권해서는 안된다. 경험 많은 종업원이 안내하는 좌석에 앉아서 협상을 하는 것이 예의다. 협상에 들어가서는 `위- 메`(oui - mais, Yes - But)화법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해야 한다. 감상적인 프랑스인들에게 협상 도중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무조건 `예`라고 대답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한 박자가 지난 다음에 `그러나`라고 반박하는 것이 좋다. 정열적이고 유머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에 강하게 제스처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찰나적인 유머도 좋다. 그러나 깊이 있고 품위 있는 유머라면 쉽게 프랑스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프랑스인들의 장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칭찬하라. 하지만 약점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 특히 유럽에서 `경제 강국은 역시 독일이다`는 식의 이미지가 풍기는 대화는 금물이다. (독일에 대한 프랑스인의 콤플렉스는 예상외로 심각할 수도 있다는 뜻). 다소 다혈질적이고 결정을 빨리 하는 프랑스인들이지만 협상에서 지나치게 서두르는 인상을 주지 말 것. 지나치게 완벽하거나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 것. 하지만 프랑스인들도 어릴 때부터 유럽에서 어느 나라 못지않게 논리적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 등이다.마침 경북도에서도 경북 경제의 활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소기업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추진전략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간 자금지원 위주 정책으로 생산성 향상 RD 등 중소기업 핵심역량 강화 지원이 미흡함에 따라 이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추진하는 `경북형 강소기업 육성책`이기도 하다.경북의 경제를 위해 당연히 추진돼야 할 장기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훗날 경북의 강소기업들과 거래할 해외 파트너들에게 던져질 경북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2014-10-02

안동 탈춤축제와 뮌헨 옥토버페스트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오는 26일 개막되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닮은 점이 있다. 두 축제가 모두 가을에 열리는 축제라는 점과 10월5일 동시에 폐막되는 시기가 닮은 점이다. `안동탈춤축제`는 경북의 대표적 축제이자 대한민국의 대표적 축제, 뮌헨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바이에른 주(州)의 대표적 축제이자 지구촌이 열광하는 세계적인 축제다. 뮌헨은 바이에른의 주도(州都)다.내년부터 본격적인 신도청시대가 열리면 안동도 경북의 주도(州都)가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면 닮은 것이다. 훗날 안동탈춤축제가 독일 옥토버페스트 처럼 진정 세계를 열광케 하는 축제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앞으로 닮아가야 할 점이다.독일 바이에른주의 뮌헨 옥토버페스트가 왜 그토록 오늘날 세계인이 주목하는 축제가 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 바이에른주와 뮌헨의 전통과 역사가 현대와 어우러져 축제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안동의 탈춤축제와도 또한 닮아 있으며, 향후 탈춤축제가 더욱 세계화로 나아가는 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세계적인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의 주인공은 맥주다. 독일 맥주의 전통은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시작된다. 독일 가정에서 대중적으로 맥주가 빚어진 때는 중세 때며 약초를 섞어 설사나 구충에서부터 부인병을 방지하는 지혜를 맥주에 담기도 했다. 그러나 맥주에 갖은 약초를 사용하다 보면 환각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고 자칫하면 치사에 이르는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지금까지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독일 빌헬름4세가 궁정 양조장인 `호프브로이하우스`를 개설하면서 1516년에 공표한 순수맥주 제조법(Reinheitsgebot)도 사실은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맥주 제조 시 물을 포함해 맥주보리, 호프, 이스트 등 일정한 원료만을 사용케 하는 것으로, 독일 순종맥주의 혈통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빌헬름 4세가 바로 바이에른 왕가다. 독일 순수맥주 제조법은 바로 바이에른 주에서 공표된 것이다. 물론 바이에른 맥주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궁정 양조장인 `호프브로이하우스`는 1830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돼 지금까지 뮌헨의 명물로 남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맥주원료인 호프의 세계 최대 생산지도 바이에른 주의 할러타우(Hallertau)지역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가 어떻게 명실 공히 세계적인 맥주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맥주에는 곁들이는 안주와 먹거리를 생략할 수 없는 법이다. 바로 유명한 슈바인학세(Schweinhaxe)다. 우리나라의 돼지족발 요리로 생각하면 된다. 세계인들은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라면 자연스럽게 슈바인학세를 떠 올릴 정도로 세계화된 독일 음식이기도 하다. 슈바인학세 역시 원조(元祖)가 바이에른주 뮌헨이다.우수개 소리로 진짜 독일 맥주를 음미하려면 바이에른 주의 뮌헨, 뮌헨에서도 왕실의 역사와 함께하는 `호프브로이하우스`란 초대형 맥주집에서 슈바인학세와 함께 마셔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호프브로이하우스`는 2~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뮌헨의 명물 대형 맥주집이다. 독일 바이에른 빌헬름 왕가의 맥박이 전해오는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정통 맥주와 바이에른州의 원조인 슈바인학세를 시키고 음악을 들으면 그 날 그 시간만큼은 누구나 중세 독일 빌헬름 왕족이 되는 것이다.전통이라면 `안동탈춤축제` 역시 빠뜨릴 수 없는 부문이다. `안동탈춤축제`의 기준이 되는 하회탈과 하회탈춤은 천년의 세월동안 마을을 지켜주는 보물이자 우리의 얼굴이며 민족문화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축제에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탈춤축제와 결합할 경북과 안동의 역사와 혼이 깃든 전통음식은 없을까. 세계인이 주목 할 전통음식은 탈춤축제의 덤이 아니라 탈춤축제를 세계화 시킬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4-09-25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게 된다면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찬반 투표로 영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스코틀랜드 결전(Scotland Decides)`의 날이 바로 오늘(18일)로 다가온 것이다. 곧 발표될 결과를 두고 스코틀랜드 주도(州都)인 에든버러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시민도 있고 “그래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독립해서 좋을 것이 없다”며 분리 독립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 등 혼란에 빠지고 있다.대영제국을 일컫는 `Great Britain`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합왕국이다. 스코틀랜드인들 중에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할 경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군주로 인정하지 않고 공화국을 선포하겠다는 강경파들도 있다.유럽 사람들은 런던이나 잉글랜드에서 멀어질수록 이국적이라고 꼬집는다. 같은 영국이지만 잉글랜드 사람들은 아일랜드사람이나 웨일즈인, 스코틀랜드인을 마치 외국인 취급을 하며 잘난 체 한다는 것인데 특히 스코틀랜드인을 두고 “고집이 세고 매력이 없다”는 불평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이런 앙금으로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축구경기를 할 경우 스코틀랜드인은 프랑스를 응원할 정도다. 프랑스를 두고 개구리 잡아먹는 나라라고 영국이 비아냥거리면 음식에 대해 무지의 극치를 드러내는 영국이라고 으르렁거리는 두 나라가 아니던가.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으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1707년 스코틀랜드의 경제 위기가 봉착하자 잉글랜드는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해 두 나라의 합병에 동의하게 된다. 오늘날까지 307년의 동거역사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영국영토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이지만 잉글랜드는 앵글로색슨족으로 이뤄져 있다.스코틀랜드의 독립이 확정될 경우 유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캐머런 총리의 사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3세의 나이에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최연소 영국 총리에 오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다. 이 야심만만한 정치인은 지난 2012년 세계사에 기록될만한 정치적 `오판`을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스코틀랜드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반(反) 잉글랜드 정서가 들끓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오랜 열망인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허용한 것이다. 당시 여론의 추이로 보아 분리 독립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역사적 배경 등으로 볼 때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돼야 하지만, 경제적 손익을 따질 때는 그대로 머물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반대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중 90%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북해유전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 찬성론자들은 북해유전수입만으로도 스코틀랜드의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엄청난 고용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중립을 지키던 영국 왕실도 급기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미국도 분리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분리 독립이 현실화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그러나 만약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와는 마냥 먼 나라만의 얘기가 될 것인가? 물론 수년간의 절차를 거치게 되겠지만 EU(유럽연합)체제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와 EU는 FTA를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할지 여부와 EU와 나토 재가입 여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현재 런던에 있는 금융시장의 중심축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수출 및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앞으로 영국 외에 스코틀랜드 공부도 별도로 해야 할 정도의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다.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었을 경우에 한해서지만….

2014-09-18

본받아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세계 최초의 빈민 복지 시설은 1516년 야곱 푸거(Jacob Fugger)에 의해 탄생됐다. 당시 중세 유럽 상업의 중심지였던 독일의 고도(古都) 아우구스부르크에 살았던 푸거는 빈곤층을 위해 자신의 재산 일부를 기부했다. 그는 아버지 한스 푸거의 사업을 이어받아 당시 전 유럽의 상권을 장악했는데, 종교개혁의 불씨가 됐던 면죄부 판매가 마인츠의 대주교나 교황 레오 10세가 푸거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였다고 할 정도니 그 부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된다.중세 영주들이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서로의 이익을 위해 결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황제와 돈거래를 했던 푸거는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사실상 영주 이상의 강력한 지위를 누렸다. 그런 그가 죽기 전 구빈을 위한 자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그가 가난한 시민을 위해 건설한 `푸게라이`라는 주택단지는 세계 최초의 사회화된 복지 주거 시설로 기록되고 있다. 푸게라이는 오늘날 아우구스부르크의 명소로 남아 많은 관광객을 맞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입주자의 자격 요건이다. 우선 범죄 사실이 없어야 하고, 빈민 증명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우구스부르크의 시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세 봉건시대인 당시 아우구스부르크의 시민이라면 아우구스부르크라는 작은 나라의 국민인 셈이다. 작은 나라, 즉 성(城) 안에서 한 사람도 탈락해서는 안 된다는 영주나 지배층의`노블레스 오블리주`인 것이다. 성 안의 모든 사람이 건재할 때, 비로소 영주와 영역과 성(城)도 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즉 영주나 지배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어긋나지 않다는 의미로, 수 세대에 걸쳐 지배 계급으로 군림한 유럽의 가진 자나 지배층이 갖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책임감과 도덕심일 수도 있다.우리 선조에게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었다. 길었던 추석연휴에 빠지지 않았던 화제중의 하나도 신드롬에 가까운 열광을 불러일으킨 영화`명량`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의 주인공이 이순신 장군만이 아니라 멀리서 기도한 아낙네들까지 현장에 있었던 모든 민초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해전에 참가해 함께 싸우면서 장렬히 전사한 무명 장수와 병사들의 활약도 마찬가지다.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장수중의 한 사람이 바로 병암 권전이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막곡리 권전의 묘소에 있는 비문과 `충무공전서` 등 기록에 따르면 권전은 조선 중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마애 권예(1495~1549)의 맏손자다. 그는 종손으로 선조 15년(1582) 무과에 급제한 뒤, 경남 고성에서 고을 수령인 현령을 지내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 장군의 휘하로 들어가 만호라는 벼슬을 받고 판옥선 함장에 임명된다.나라를 구한다는 일념으로 현령직을 그만두고 스스로 수군에 들어가 최일선에 나선 권전은 임진왜란에서 정유재란까지 이순신 장군과 생사를 같이 하며 끝까지 분투하다 선조 31년 11월 19일 장군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다.그로부터 300여 년이 지나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하면서 또 한 번 이 문중 종손은 항일에 뛰어든다. 종손 권기일(1886~1920)은 천석에 이르는 전답과 종가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해 1911년 만주로 건너간다. 만주에서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을 도와 독립군을 양성하는 신흥무관학교 설립해 자금을 대는 등 신흥무관학교를 지키던 중 일본군의 습격에 항전하다 나이 서른여섯에 순국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들이 순국한 후 문중은 풍비박산 났다. 오늘날 손자인 현 종손 권대용(66)씨는 택시 운전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조상들의 정신만은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대를 이은 권씨 선조들의 위대한 정신은 경북의 혼(魂)이자 한국의 혼으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 수 없다.

2014-09-11

프랑스의 추석과 애농(愛農)정신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프랑스에도 우리나라와 꼭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유사한 추석이 있다. `투생(Toussaint)`이 바로 그것이다. 매년 11월1일, `투생`은 프랑스의 가을 명절로 일컬어질 정도로 가톨릭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모든 성인의 축일이기도 하다. 이날에는 우리처럼 성묘를 가듯이 프랑스인들도 고인의 무덤을 찾는다. 차이가 있다면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대신 그들은 무덤에 꽃을 바칠 따름이다.이날이 오면 우리에겐 각종 추석 선물을 마련하느라 분주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꽃가게가 우리네 대목처럼 북적거린다. 비록 이날이 연휴는 아니더라도 직장의 형태에 따라 연휴를 만들어 가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올해 프랑스의 투생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자연스레 연휴로 이어져 많은 프랑스인들은 가을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며칠 후면 다가올 올 추석에는 어김없이 인구의 대이동이 이뤄진다.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다. 한가위 보름달 같은 넉넉한 고향의 인심을 찾아 나서는 설레는 귀성과 풍성한 고향의 인정을 담고 다시금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가는 귀가(歸家)는 어김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연례행사다.프랑스에도 각 도시의 대대적인 귀성귀가가 있다. 8월말이나 9월초인 이맘때가 되면 휴가를 떠난 파리 등 각 도시 사람들이 일제히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추석을 방불케 하는 대이동이다. 귀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서양이나 지중해지역 등 해외에서 휴가를 보낸 사람도 있지만, 프랑스 자국 내 어디선가 머물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농촌에서 휴가를 보낸 사람들이다. 농촌이 고향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흙냄새를 맡으며 뿌리를 확인하려는 농촌순례다. 프랑스는 선진공업국이면서도 선진농업국이다. 프랑스는 비옥하고 넓은 농토와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나라다. 그들은 아직도 농민의 자손이요 땅의 자손이라고 믿고 있다.주변국의 언론들은 이 같은 프랑스인들의 행보를 두고 알뜰한 휴가를 보낸다고 강조하지만, 결국은 그들의 애농(愛農)정신을 곁들여 보도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는 유럽연합공동농업정책에서도 항상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과 농산물협상에서 가장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 중의 하나도 프랑스의 농심(農心)이다.프랑스의 애농정신은 각별하다. 프랑스 정부에서 학생들의 농촌체험을 의무화할 정도다. 때문에 많은 농가들은 농촌체험을 위한 시설에 투자한다. 인근도시의 유치원이나 학교관계자들과 함께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농촌체험활동 등을 통해 농촌을 재발견하며 도시와 농촌의 활발한 교류와 소통을 통해 상생하는 삶의 터전이 이뤄진다는 교훈도 덤으로 획득한다. 현업농가들이 운영하는 조직들도 있다. 농가레스토랑에서 식사나 포도주를 시음하거나 포도수확, 우유 짜기 등 체험을 마치고 관련 농산품을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환경보존과 관련한 농촌생태마을 알기기 위한 공동브랜드 마케팅까지 벌이기도 한다.우리에게도 분명 남다른 애농과 애향정신이 있다. 추석이면 되풀이되는 민족 대이동이 그것을 말해준다. 60, 70년대에 호미와 낫을 던지고 산업현장을 찾아 도시로 달려갔다. 이때부터 우리는 산업화를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해 왔고 이에 따른 인구의 도시 집중화는 불가피 했다. 추석이면 자연스럽게 고향과 농촌 그리고 우리의 뿌리를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그런데 일부 외신들은 우리 민족의 대이동을 놓고 가족 친척 중심으로만 뭉치려는 애향정신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왔다.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향정신과 더불어 애농정신이 더욱 더 부각되도록 모두가 신경을 썼으면 한다. 앞으로도 반복될 해외 농산물협상에서 득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2014-09-04

외국인 노동자 울린 `피날곤 연고`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어떤 나라 국민의 인성이나 풍속을 이용하는 마케팅이 에스노 마케팅(Ethno Marketing)이다. 민족 마케팅 혹은 인종 마케팅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민속 문화 밀착 마케팅으로 부르는 것이 아무래도 부드러운 표현이 될 것 같다. 유럽에서 에스노 마케팅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독일이다. 각 지역의 기업에는 에스노 마케팅만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배치돼 있을 정도다.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동구권 등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독일로 들어와 정착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전후 경제성장기에 불가피했던 노동력을 외국 인력으로 채우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독일은 지금까지도 외국 인력의 선별적인 유입을 허용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꼼꼼한 나라인 만큼,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자국 경제와 관련된 분석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다.외국인 노동 유입과 경제성장률의 관계, 자국민의 일자리 변화 등은 기본적인 분석사항에 속한다. 이 외에도 독일은 자국으로 인력을 송출한 국가에 대해 송출한 이민자 숫자와 수출 관계 변화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독일에 거주하면서 사용하는 독일 제품의 이미지가 노동자의 고국 가족이나 마을로 확산되는 정도까지 측정하는 것이다. 지자체 별로 특성에 맞게 독일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민족적 성향이나 풍속의 변화 등 유행의 흐름을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다.독일로 노동력을 가장 많이 송출한 나라는 터키다. 고급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사에도 터키인을 위한 에스노 마케팅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터키인의 20%가 벤츠를 타고 다닌다는 통계가 있다. 모두 생활이 넉넉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단순노동자로 생활하면서 갖게 되는 정신적인 보상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에스노 마케팅이 그저 상술에 그치지 않고 진심과 결합될 때 그 위력은 커지고 감동은 배가된다. 1987년 터키인을 상대로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약품을 개발한 제약업자 카를 토뫼(Karl Thomae)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터키 출신의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에 다니면서 얻는 허리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그들의 아픔을 생각했다. 그는 독일에서 일하며 거주하는 사람 모두가 건강한 독일 시민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허리를 어루만지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과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연고인 `피날곤`을 개발했다. 사업이나 돈벌이를 떠나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여준 그의 마음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허리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고독까지 감싸주었다. 독일어와 터키어로 함께 쓰인 연고 사용 설명서에도 그의 진심이 녹아있다. 노동의 강도와 시간대에 따라 마치 고국의 어머니가 손수 발라 주듯이 자상하고 감동적인 연고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었다. 연고를 바르며 눈물을 훔치는 노동자도 있었다. 피날곤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터키인 노동자는 물론 터키 본국인과 많은 유럽인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이제 우리나라도 많은 외국 노동력이 필요로 하는 인력 유입국이 됐다. 외국 인력과 이민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국가 신뢰도는 물론 해당지역의 국제적 신뢰도와 직결된다.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금 경북지역의 농촌 등에서도 외국 여성과 가정을 이루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민족의 명철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다문화가정에서도 두고 온 고국의 향수에 빠지며 안부를 물을 것이다. 우리사회도 앞으로 다문화가정과 상생할 수 있는 에스노 마케팅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차원에서 특성에 맞춰 추진할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경북도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다문화정책을 뿌리내리는데 나름 기여해 오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다문화가족의 특성을 더욱 더 고려한 세심한 정책을 추진해 여러모로 윈-윈하는 에스노 마케팅의 선진 경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08-28

교황과 우리의 아버지들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지구상의 가장 오래된 제도 가운데 교황제는 유일하게 2천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교황은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자 교회 최고의 권위를 가진 영적지도자임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각 언론에서는 한국서 100시간 동안 머물면서 100년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100년의 감동이 아니라 영원한 감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왜 우리들은 이처럼 감동할까? 답은 간단하다. 교황이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더라도, 이미 우리 가정을 지키고 있는 아버지들의 가슴속에는 교황과 같은 마음이 깊이 자리 잡고 왔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을 따름일 뿐, 우리에게 스스로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보낸 안타까움에 야위고 야윈 아버지들의 얼굴을 보아왔고, 비록 자신의 자식은 아닐지라도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를 보아 왔으며, 이제 맡은 바 일터에서 자식을 위해 헌신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버지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헛기침을 했을지언정 언제나 낮고 낮은 곳을 향하며 자식들을 위해 존재했던 사람이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였고 오늘의 아버지가 아니던가.묘하게 이름마저도 같다. 교황의 일반적인 호칭이 파파(Papa)다. 스웨덴어로도 아버지는 파파(Pappa)고 이탈리아어로도 아버지는 파파(Papa)다. 유럽뿐만 아니라 이제 어느 곳이던 파파라면 아버지를 부르는 것으로 통용된다.많은 것들이 있지만 교황이 남긴 기도의 한 부분을 살펴보자. 교황은 한국의 고도성장에서 파생되는 그늘과 상처를 어루만졌다. 약자와 가난한자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를 강조한 것이다. 새로운 가난을 야기하는 경제모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새로운 경제모델을 거부만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파생되는 패자들의 처참한 부작용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두가 한 몸이 되어 함께 나아가는 사회, 급기야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세계로까지 확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경제를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은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 에서 유래한다.`가계 경영`이란 뜻을 담고 있는 이 단어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가족구성원이 희망을 가지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자체를 경제의 본질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전통적이고 일반적인 가정을 생각해 본다면 아버지는 경제 지휘봉을 잡고 모든 것을 희생하며 가정을 이끌어 간다. 아버지를 필두로 가족의 각 구성원들은 맡은 바 최선을 다한 수입으로 가정이 유지된다. 그 수입은 가계 예산이 되기도 하며 거기에 맞춰 살림을 꾸려간다. 예산보다 많이 쓰면 적자가 될 것이고 반대는 흑자가 되어 예금을 하면서 살아가는 여유 있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아직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어린학생에게는 흑자든 적자든 미래를 위해 기꺼이 교육비를 지출한다. 미래를 위한 교육투자다. 벌어들이는 것도 좋지만 잘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족 구성원 중 누가 불의의 변을 당하거나 아프면 비용이 소요된다고 내 팽개치겠는가. 이들은 소위 가족구성원 중의 약자에 해당한다. 아버지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은 필사적으로 도우고 보살펴 준다. 언젠가는 다시 건강하고 행복한 그리고 생산성 있는 가족 구성원이 될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정의 안전망이고 확대하면 사회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우리네 어버이들은 이처럼 경제와 경영의 달인으로 살아왔다.이런 가정이 모여서 지역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고 결국 국가의 합이 지구촌이 되는 것이다. 지구촌의 약자를 배려하는 교황의 마음이나 어버이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많은 가능성은 열려있다. 교황이나 우리 아버지들은 이미 경제의 달인이요, 국가경영의 달인이다. 다만 거기에 정치만 왜소할 뿐이다.

2014-08-21

부러운 유럽의 오리발 전략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푸틴의 식탁`에 당분간 유럽산 채소와 과일 그리고 미국산 닭고기가 사라질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개인과 법인에 제재를 가했거나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수산물과 유제품의 수입을 당분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조처는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압박하자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식품전쟁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농산물분쟁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이번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미국과 유럽 사이의 농축산물 분쟁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 사이에 있었던 육류 분쟁이다. 유럽은 틈만 나면 성장촉진제가 투여된 미국의 육류를 정상적인 육류로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곤 했다. 성장촉진제가 투여된 미국산 육류는 호르몬 투여가 엄격히 통제된 유럽산 육류와는 완전히 차별되므로 수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비교적 높은 유럽소비자들의 환경마인드를 들먹이며 미국을 압박해 갔다. 유럽의 농업은 규모면에서 우리나라의 농업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갖은 트집을 잡아가며 미국으로부터 농업 시장을 가능한 사수하려 했던 것이다.여기서 우리들이 전략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유럽이 성장촉진제가 투여된 미국산 육류를 두고 완전히 엉뚱한 생트집을 부리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고도의 협상 전략을 깔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과는 이미 FTA협상을 끝냈지만 앞으로도 많은 나라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우리들이다. 시장 개방 압력은 협상품목의 동류성(homogenous)이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물론 동류성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곧 협상의 능력으로 이어지는 전략의 문제로 연결된다. 유럽은 육류 시장을 개방했지만 육류가 아닌 것(성장촉진제가 투여됐음으로 정상적인 육류가 아니라는 논리)은 수입할 수 없다는 당연한 논리를 편다. 인체에 해가 되는 육류는 육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은 성장호르몬이 투여된 육류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증명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연구 자료를 축척하고 있다. 물론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성장호르몬이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연구 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간다.그러니 싸움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서로 합의를 보다가도 어느 날 심기가 불편하면 불쑥 내미는 유럽연합의 연속성 있는 협상 전략이다. 성장촉진제가 투여된 육류가 인체에 전혀 무해할 수는 없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내밀어 보인다. 성장촉진제가 투여된 미국산 육류를 육류로 보지 않겠다는 이 태도는 우리로서는 정말 부러운 오리발이다. 시장 개방에 있어서 시간도 벌 수 있고, 다른 협상에서 또 다른 양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도 직간접적으로 가세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정말로 얄미운 노릇이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쌀관세화가 결정되면서 쌀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쌀관세화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및 2004년 쌀협상 결과에 따른 것이다. 수출 강국에 속하는 우리나라이기에 상황에 따라 풀고 싶지 않은 시장도 어쩔 수 없이 풀어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른 소득보전이나 경쟁력 키우기는 어떤 나라이든 부닥치는 문제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다.시장개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장을 개방하면 국내 생산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후생이 증가했다는 사례가 적잖다는 것이다. 자유경쟁이 이뤄지는 만큼 그에 따른 경쟁력이 증대될 수 있다는 논리다.하지만 이런 논리가 농산물시장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기대하지는 쉽지 않다. 농가 피해대책과 함께 산업으로 키우는 대책이 당연히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개방화시대에 어쩔 수 없이 개방해야 할 시장일지라도 주고받아야 할 고도의 협상전략은 생략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2014-08-14

스위스 부자들의 당당한 돈쓰기

▲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스위스 연방 철도에서 운영하는 기차에는 일반열차든 급행열차든 1등 칸과 2등 칸으로 구분돼 있다. 당연히 1등 칸의 가격은 월등히 비싸다. 세계 최고의 부국인 스위스라지만 여유 있는 사람만이 이용한다.그런데 1등 칸을 바라보는 2등 칸 승객들의 입장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거부감이나 위화감 따위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서비스 부분에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겨우 1등 칸에는 2등 칸에 볼 수 없는 하얀 시트가 좌석 위 부분에 덮여있을 뿐이다. 다른 것은 똑 같다. 그래서 2등 칸의 승객들 중에는 1등 칸의 승객들에게 오히려 감사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1등 칸에서 비싼 요금을 지불한 덕분에 그만큼 자기들도 저렴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결국 그 비용은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사고의 차이 때문이다. 별것 아닌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웃돈을 얹어 비용을 지불하니 기부행위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스위스에는 `히어시란덴`이라는 고급 병원 체인이 있다. 물론 스위스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허용한 것이다. 이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의무적인 의료보험료 보다 훨씬 비싼 개인의료보험이나 추가보험에 가입한 여유계층이다. 이 병원 역시 일반 스위스인들에게 별 다른 저항 없이 운영되는 고급병원이다. 인근 지역인 독일이나 프랑스 사람들도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사회적인 연대감을 중시하는 서유럽 선진국에서 이 같은 병원들이 별 다른 저항 없이 오히려 환영을 받으며 운영되는 이유는 뭘까? 해답은 앞서 언급한 열차 1등 칸의 존재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스위스도 독일 등 서유럽선진국들과 유사한 의료보험체제를 갖추고 있다. 나라마다 세부적인 것들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큰 틀로 봐서는 공통점이 있다. 암이나 희귀병 물론 웬만한 질병은 전액 의료보험에서 지급된다. 가정에 타격을 가하는 치료비는 전액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다. 국가가 책임진다기 보다는 전 국민이 책임진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이긴 하지만, 전 국민이 의료보험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히어시란덴`이라는 고급병원에서는 제공되는 서비스의 일면을 보자. 예를 들어 알콜이 허용되는 환자가 있다면 이들에게는 프랑스산 고급 와인이 제공된다. 물론 최첨단의료장비의 동원은 기본이다. 여기서 거둬지는 막대한 수입의 일부는 세금으로 징수되고 일부는 시중에 나돌게 된다.그렇다면 고급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반보험가입자들이 찾는 일반병원은 어떤 대단한 차별이 있을까? 여기서도 당연히 최첨단 의료장비가 동원된다. 다만 프랑스산 고급와인만 제공되지 않을 뿐이다. 부자들은 제법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일반 시민들도 위화감 없이 바라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최경환 부총리가 주도하는 경제팀의 노선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 및 통화팽창정책이다. 멈춰선 한국경제를 돌리기 위해서라면 쓸 수 있는 공급경제정책이다. 그러나 모든 경제정책에는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따른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호황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드시 인플레 현상이 따르게 마련이다. 경기부양과 물가는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다.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지는 건 좋지만 집값 급등은 집 없는 서민을 죽이게 된다. 또 다른 경제정책의 배합이나 경기부양의 한도를 절묘이 조절해야 하는 과제를 최경환 경제팀이 안고 있는 것이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묘안을 찾아야 한다.소비의 물꼬를 트면서 부작용 없이 내수를 진작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부자들이 돈을 풀도록 하는 것이다. 부자들이 돈을 쓰면서도 위화감과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소비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경기부양책의 하나다. 스위스 부자들의 소비행태 처럼 국민들의 위화감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 국민적 정서가 앞서야겠지만….

201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