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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등록일 2014-02-04 02:01 게재일 2014-0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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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설 명절을 지나며 접한 가장 안타까운 소식이 자살소식이었다. 경산시 남산면에서 두 남자가, 대구 남구의 한 주택에서 60대 부부가, 대구시 달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20대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하나뿐인 목숨을 버린 이유가 경제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서, 외로움을 풀 길 없어서, 뜻대로 되지 않은 이성 문제때문이라니 안타까울 뿐이다. 남들은 다들 즐거워하는 명절에 나만 소외되고 있다는 절망감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모진 고난이나 절망감에 맞서 이기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사람으로부터 살아갈 의욕을 빼앗는 우울증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이런 우울증에 도움을 주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르침 가운데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가 있다. 얼핏 단순해보이는 에피소드지만 곱씹을 수록 마음을 움직이는 얘기다.

교도소에 새로 들어온 재소자가 있었다. 그는 몹시 두려워했고, 절망에 빠져 있었다. 차가운 돌로 된 감방벽은 온기를 죄다 빨아들였으며, 단단한 쇠창살은 모든 자비심에 냉소를 보냈다. 긴 형량이 선고되는 순간 그의 가슴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날 밤, 깊이 좌절해 모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감방에 누워있던 그는 문득 간이 침대 머리맡 벽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앞선 재소자에게 힘이 되어 준 것 처럼, 그 글귀가 그로 하여금 모든 절망을 이기게 해주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는 돌벽에 새겨진 그 글귀를 기억했다.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세월이 흘러 석방되는 날, 그는 그 말이 진리임을 알았다. 형기는 끝났고, 감옥생활 역시 지나가 버린 것이다. 다시 삶을 시작하면서 그는 그 글귀를 침대 옆 메모지에다, 그리고 자동차 안과 일터에도 적어놓고 틈날 때마다 그것의 의미를 마음에 새겼다. 상황이 나쁠 때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이 사실을 기억했다.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상황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나쁜 시기는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시기가 다가오면 그는 그것을 즐기되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또 다시 그는 기억했다.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그는 삶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좋은 시기는 언제나 이상하리만치 길게 느껴졌다. 암에 걸렸을 때 조차도 그는 기억했다.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그것이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희망은 병을 물리칠 수 있는 힘과 긍정적인 생각을 주었다. 어느 날 의사가 그에게 말했다. “암은 지나갔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 임종의 자리에서 그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속삭였다. `이것또한 지나가리라`그러고는 편안히 눈을 감았다. 그의 말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주는 그의 마지막 사랑의 선물이었다. 그 말을 통해 그들은 `슬픔 역시 지나가리라`는 것을 배웠다.

이 아름다운 글귀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왕과 관련된 예화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다윗왕이 반지가 하나 갖고 싶어 반지세공사를 불러 명령했다. “나를 위한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내가 승리를 거두고 기쁠때에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넣어라.” 세공사는 그 명령을 받고 반지를 멋지게 만들었는 데, 어떤 글귀를 넣어야 할 지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다윗의 아들이자 지혜의 왕인 솔로몬을 찾아갔다. 반지세공사의 고민을 들은 솔로몬 왕자는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다. “이것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이 글귀는 유대인들의 지혜서 `미드라쉬`에 나오는 데, 유대인들은 나찌 학살이라는 전대미문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 글귀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여러분에게 지금 힘겨운 시련이 닥쳐왔나요. 그렇다면 이 글귀를 꼭 기억하세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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