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 해도 구미 1단지 내 섬유업체들은 연말이면 넘쳐나는 수출상품 선적으로 밤낮으로 불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공장이 문을 닫아 매각되거나 소규모로 분할돼 일거리가 없다. 불황을 모르던 섬유업체들이 연구개발 없이 현실에 안주하다 중국 등 저가 섬유업체들 공세에 주저앉아 버렸기 때문이다. 구미1공단은 한동안 낙동강의 기적이라며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퇴색해 버린 산업단지가 돼버렸다.
그래서 구미시는 노후단지 활성화를 위해 ICT융복합 복합단지 조성 등 환경개선사업에 나서고자 정부의 혁신단지 사업 선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입주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할 때는 기업의 발전과 미래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진정 강한 기업은 호경기 때 잘 나가는 기업이 아니라 불경기에 강한 기업이라는 일본 스즈키의 오사무 회장의 말이 실감 난다.
이나모리 회장은 빚더미에 앉은 JAL을 회생시켜 살아있는 경영의 신, 오사무 회장은 중소기업의 아버지로 통한다. 호경기 때 마디 없이 물만 먹고 자라는 물푸레나무 같은 기업보다 불황에도 좌절 않는 대나무처럼 성장 마디가 있는 기업이 위기에 강하다고 했다.
스즈키 뿐 아니라 불황을 이겨낸 대부분 기업들은 공통분모가 있다. 첫째 소비자 수요 파악. 둘째 R&D 투자 강화, 셋째 원가 절감. 넷째 틈새시장 개척 등이다.
일본뿐 아니라 작지만 강한 장수 강소기업의 특징은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기업 중에서도 손톱깎이 하나로 60년 이상 역사를 지닌 벨 금속공업은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한 강소기업이다. 벨 외에도 국내 장수기업들은 이익이 줄어도 R&D 투자 규모를 늘리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최근 구미상의가 구미공단 50개 업체를 조사한 2013년 기업전망조사 결과 연구 개발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기업이 3.4%로 나타났다.
불황과 관계없이 승승장구하려면 손톱깎이 전문회사 벨의 R&D 투자처럼 강소기업은 투자를 늘리면 살아남고 줄이면 도태된다는 걸 구미공단 기업체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구미/남보수기자 nb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