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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봉사활동

등록일 2013-12-20 02:01 게재일 2013-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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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몽골에서의 봉사활동은 인간애를 실천하는 훈련기간이었다. 인생살이가 썰렁하거나 으스스 하게 느껴질수록 뜨뜻한 훈기를 위해 이 사회에는 사랑과 자비의 봉사활동이 필요하다. 집을 떠나 외국에서 1주일간 목욕을 하지 못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고 너른 들판을 보면서 복잡한 도시생활과 환경의 차이를 생각해 보았다.

특히 이곳에서 우리는 지구의 환경을 많이 생각하게 했다. 적은 인구라서 환경오염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었다.

생물은 지구를 더럽히지 않는다. 다른 짐승들은 대소변마저도 모두 비료로 쓰게 하지만 쓰레기 배출로 인간만이 땅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지구위에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려서 우주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다. 신이 땅속에 묻어 두었던 탄소인 석유나 석탄을 캐내어 태워서, 인간은 지구 온난화로 생물을 멸망시키고 있다.

인간의 행동이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를 알지 못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만물의 영장`이라고 뻐기는 인간의 교만함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더러워진 지구위에 살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절망감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여기서 며칠 지나면서 `선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불을 밝혀 둔 마당에서 목장 주인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과거에 어느 목장에서 일꾼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양의 수가 자꾸만 줄어들었다. 어느 날 주인이 숨어서 보니 일꾼 2명이 양을 훔치는 게 아닌가! 다음 날 그들을 잡아서 이마에 인두로 `양 도둑`을 의미하는 `st(sheep thief)`를 새겨 넣었단다.

한 사람은 부끄러워서 그 목장을 나와 버렸다. 그 후 여러 곳에 취직했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그 글자의 의미를 알려하니 고통스러워서 결국 자살을 했단다. 또 한 사람은 일할 수 있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그 집에서 계속 일을 했단다.

50년 쯤 세월이 흘러 그 일꾼은 70~80세 정도의 노인이 됐다. 옛 사람은 모두 죽고 세대가 바뀌었다. 이웃 마을에 사는 10대 청년 몇 사람은 할아버지와 알고 지냈다. 그들은 할아버지가 이웃을 도와주며 사는 것을 보아왔다. 그들은 “이마에 적힌 st는 아마도 성자(saint)를 의미할거야”라고 했다. 도둑이었는데 성자라니! 이것이 인생이라고 그는 설파했다.

그 노인이 성실하게 살아가니 양을 훔쳤던 도둑인 그를 주위의 사람들은 성자같이 여겼다. 후에는 성자로 늙어 간 것이다. 성 어거스틴은 “모든 성자는 과거가 있고, 모든 죄인은 미래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가 있는 성자였던 것이다.

선한 행위의 생활로 이 늙은 주인공의 이미지는 최악의 시궁창에서 최선의 자리로 옮겨진 것이다. 내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로 옮겨 가 있게 된다`는 것을 웅변으로 증명해 준 것이다. `st`를 이마에 새긴 노인은 젊었을 때의 과오를 거울삼아 성실한 삶을 이어왔기 때문에 성자의 외모를 지닐 수 있었다.

넓은 벌판에서의 봉사활동은 우리들 마음속의 사랑을 크게 성장시켰다. 그 후로는 걸음을 걸을 때도 사뿐 사뿐 가볍게 걷고,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날이 없었다. 흥얼거리면 모두가 음악이 되는 것으로 보아, 몸속에는 사랑과 음악만으로 가득한 것 같다. 어려운 일을 만나도 노래와 즐거운 긍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위의 환경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선하게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젊은 시절에는 꿈이 많으나 영글지 않았다. 이때 집을 떠나 자연 속에 묻혀 보는 것도 꿈을 잘 익도록 하는 큰 수양이 될 것 같다.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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