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셈본 철학

등록일 2013-11-15 02:01 게재일 2013-11-15 18면
스크랩버튼
▲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홈 커밍데이라는 모교 축제가 없었다면 우리들은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서 만나자 마자 왁자지껄했다. “사업은 잘 되는가?” 또는 “애들은 결혼 시켰나?”등으로 반가운 인사 나누기에 열을 올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뿔뿔이 헤어진지도 벌써 40여년이 지났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긴 사연이 있는 것, 승패 사이를 왕복한 것, 매일을 그냥 흘러 보내 버린 것 등등의 여러 가지 사연이 있었다.

착실하고 열심히 월급을 받으면서 살아 온 영기가 하던 일의 대부분은 별 탈 없이 이뤄졌다. 셋방살이하던 20년간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드디어는 28평 아파트를 살 수 있었으니까.

철수를 소개해 보자. 학벌도 미약하던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엄청나게 큰 성공을 거뒀다. 도시로 나가서 공장에 다니다가 어렵게 금형기계 하나를 샀다. 조그마한 창고를 빌려서 시작한 사업이 대박에 대박을 터뜨리더니 이제는 90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중소기업 사장이 됐다.

그럼 착실하기로 소문이 나 있던 정우는 어떻게 변했는가? 회사에 다니면서 하는 일 이외에는 자주 친구들과 단체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다. 돈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주말이면 등산을 하거나 요양원을 찾아가서 잡스러운 일을 도와준다.

태석이는 좀 색다르다. 성당에 열심히 나가더니 드디어는 신부가 됐다. 처음에는 연락이 전혀 없다가 그는 조국에 봉사하는 대신에 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도운다면서 5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신부로 봉사한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2년 전에는 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일대기가 영화로 촬영돼서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재물을 셈법으로 표현하면, 차곡차곡 모으는 +형, 왕창 끌어 모으는 ×형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나누는 형과 남을 위해 많이 희사하는 ÷형으로 사람은 대별된다.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제일 좋은 삶이 되겠는가?

이제 기우는 나이가 되어 보니까 +와 × 이외에도 젊은 시절에는 잘 보이지 않던 와 ÷가 눈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것을 셈법으로 `25와 5`라는 숫자로 표현하면 25+5=30, 25×5=125, 25-5=20, 25÷5=5로 나타낼 수 있다.

+와×는 재물을 모으는 것이다. +는 차곡차곡 재물을 모으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합법적으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경우가 해당된다. 비교적 착실하게 살아가는 자를 말한다.

×는 자기 능력으로 모으면 다른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큰 뇌물을 받았거나 부정축재 또는 남모르게 훔친 경우가 많다. 간혹 한꺼번에 일확천금하는 자도 있단다.

그러나 -는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어렵게 살아가는 자, 재물 욕심이 없거나 보통 경건하게 살아가는 자들이나, 또는 약간 생업에 실패한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는 좀 색다르다. 돈과 관계없이 자기를 던져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거나 사업의 실패나 화재를 당한 경우에 해당된다.

체중으로 치면 20은 좋으나 5는 매우 가볍다. 그러나 30은 약간 무겁고, 125는 비만함을 말한다. 사람들은 무겁기를 바란다. 특히 젊었을 때는 +보다 ×를 바란다. 왕창 많이 벌어서 어깨를 쫙 펴서 걸어 다니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인간은 매일 죄를 많이 짓는다.

기복적인 종교지도자만이 물질축복을 기원할 뿐, 일반 종교 지도자는 나누기나 빼기를 강조한다. 천사는 죄는 물론, 소유한 것 마저 없어서 체중이 0kg이다. 그래서 거리를 초월해 가볍게 100km도 0km같이 하늘을 순간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마음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