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뒤 군에 간 큰놈이 휴가를 와서 집중지도를 받은 덕에 이른바 `카톡`이니,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하게 됐다. 이젠 제법 능숙해져서 사진도 여러 장 편집하여 올릴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됐으나 관심은 내가 올린 글에 몇 사람이 댓글을 달았느냐에 집중된다. 댓글이 몇 개 없으면 괜히 올렸나 싶기도 하고, 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친구,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상대가 내 앞에 없어도 가상적 존재와 친밀해 질수 있다. 풍부한 정보와 편리하고 신속한 이동성을 갖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많이 진화해 휴대전화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라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 셈이다.
현대인에게 휴대전화는 `제2의 나`이자 분신이다. 고려대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는 휴대전화로 모든 일상을 관리하고 의사소통하는 현대인을 일컬어 `호모 모빌리쿠스`라 이름 붙였다
휴대전화를 쓰는 세계 인구는 2008년 말을 기준으로 40억명, 보급률은 약 61%가 된다고 한다. 2013년에는 세계 보급율이 90% 가까이 치솟을 전망이다.
최첨단 이동통신 대국이자 매달 수 백 개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한국은 2008년을 기준으로 4천500만명(보급률 95.2%)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를 고려하면 보급률은 100%를 웃돈다.
이렇듯 우리는 첨단 정보화시대에 살면서 휴대전화가 개인의 필수 무기가 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타인과 관계를 쉽게 맺고 있다. 이렇게 동시에 맺은 관계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더욱 신뢰하고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가에는 많은 의문이 간다. 외부와 소통을 넓히기 위해 시작된 휴대전화는 인간을 더욱 고립화시키고 있으며 외로움에 사로잡힌 현대인은 남과 어떻게든 관계를 맺으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른바`인증 샷`을 찍기 위해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타인의 관심에 목마른 이들은 얼마 전 할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는데도 슬퍼하기에 앞서 사이트에 올리기 바쁘다. 냉장고녀나, 노인요양시설에서 고교생 패륜 동영상이 좋은 예일 것이다. 또한, 이렇게 올린 자신의 글에 댓글 몇 줄이 달리면 우쭐해지기도 하고, 타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의기소침해 지기도 한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 소외되고 고립된다고 하지만 이 소외를 극복하고 고독을 해소하여 타인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고 만든 휴대전화가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현실이 너무도 역설적이다. 외출을 할 때는 꼭 휴대전화를 챙겨야 하고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으면 세상에서 나만 외톨이가 된 것처럼 불안하고호모 모빌리쿠스들은 참 힘들고 어렵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지난여름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 내가 먼저 타인에게 관심을 보일 차례다. 이 가을 가슴에 묻어둔 사람에게 한 줄 편지라도 써보는 것이 어떨까? 어딘가에서 나처럼 흰머리가 늘어갈 여드름투성일 때 짝사랑하던 여학생이라도 좋고 누구라도 좋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