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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승객 10명 안되는 안동호 도선, “공무원 유람선” 말까지

권기웅기자
등록일 2013-10-07 02:01 게재일 2013-10-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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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 유류 절취·근무기강 해이 실태 심각<br>안동시, 이용객 왕창 부풀려 水公 지원금 받아<br> 담당직원 할 일 없어 근무중에 고추·참깨농사<br>年 30억 예산만 낭비… 제도 문제점 개선해야
▲ 안동의 한 주민이 근무지를 이탈한 일부 공무원들이 선착장 인근에서 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 현장을 지적하고 있다.

속보=안동호 도선운항 담당 공무원들의 유류 절취사건과 무단결근 등 근무기강 해이<본지 4일자 4면 보도>가 도를 넘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가 안동시에 지급한 수운과 관련된 지원금이 현지 확인 절차도 없이 탁상행정식으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자원공사가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안동·임하호 수운관리 명목으로 지원한 돈은 모두 121억원. 이 지원금은 첫해 5억원 지원을 시작으로 2005년 8억원, 2006년 10억원으로 늘었다가 2007년부터 13억원이나 지원됐다.

그러나 안동시가 수자원공사 측에 지원금을 받기 위해 보낸 공문은 대부분 엉터리로 작성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안동시가 제출한 공문내용에는 연간 도선이용객만도 2만 명에다 추석 성묘객 등 특별수송객도 5천여명에 이른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진이 최근 한 달 동안 안동시 도산면 서부선착장, 예안면 도목선착장 등을 확인한 결과 2곳을 합해도 도선이용객이 겨우 수십 명에 불과했다.

특히 수운관리사무소 통계자료에는 추석 벌초·성묘객을 포함한 특별 수송객을 포함한 연간 이용객이 수백 명에 불과해 안동시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도선이용객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이용객 급감에 따른 도선운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안동시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면서 “그렇다고 안동·임하댐으로 인한 지역 피해를 감안한다면 지자체의 지원금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동시는 결국 댐 수몰지역 주민을 볼모로 받아낸 지원금을 방만하게 운영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과 함께 수자원공사도 서류만을 믿고 물세수익을 `물 쓰듯`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지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용객 없는 도선운항

안동호 인근지역에 교량건설이나 도로 등 입지 조건이 양호해 도선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지만 도선운항에 드는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수자원공사 지원금 13억 원, 안동시 17억 원 등 안동·임하호 도선운항과 관련해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30억 원. 이 예산으로 안동·임하호수운관리사무소는 안동호 상류 도산서원·서부·동부선착장과 도목선착장을 두고 도선운항과 행정선을 각각 운항하고 있다.

문제는 추석 성묘·벌초객이 많은 9월을 제외하고 각 선착장별로 도선이용객이 1개월에 불과 1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기 노선인 이곳에 연간 연료비만도 1억1천여만 원을 투입되는데다 실제 빈 배로 운항되는 실정이다 보니 `공무원들을 위한 유람선`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 운항중인 대부분의 도선도 유도선법에서 정한 20년 기한을 모두 넘기고 있는 상태여서 안전사고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일부 공무원들은 아예 선착장 인근에 수천㎡의 토지를 임대해 고추나 참깨 등의 농사를 짓는 경우도 허다하다.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결근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교량이 건설돼 도선이 필요하지 않는 곳에도 도선이 운항되는 등 안동호 상류 현재 운항 중인 도선에 대해 축소나 폐지할 곳은 곳곳에 산재돼 있다. 도선이 운항되는 지역마다 시내버스만도 적게는 하루 2번에서 많게는 5회 이상 운행되는데다 도로 또한 마을마다 개설돼 있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도선 운항의 축소나 개선론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동시 예안면 도목선착장 인근 마을의 경우 모두 17가구에 30여명의 연로한 어르신들이 대부분 도선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버스가 마을 구석구석 다니기 때문에 굳이 도선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관계 당국이 배 한 척이 더 필요하다며 최근 안동시의회에 10억 원의 예산을 요구한 것을 두고 주민들이 세찬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도목선착장 인근 주민 이모(82)씨는 “배를 이용하려면 경사진 길을 따라 수백m 떨어진 선착장에 걸어서 내려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면서 “동네마다 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리하다. 차라리 버스를 기존보다 1~2회 더 증차해 주는 것이 비용면에서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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